여야, 더도 덜도 말고 선거때만 같아라
여야, 더도 덜도 말고 선거때만 같아라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9.10.18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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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재동<정치·경제부차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민초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말이다.

요즘 충북 중부4군 보궐선거를 보면 이 말이 실감난다. 중부4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각 당 지도부의 충북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 5곳에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중 이미 판세가 어느 정도 굳어진 강원과 영남을 제외한 수도권 2곳과 중부4군의 승자가 최종 승자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며 여야 지도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이같은 현상은 기인한다.

대동소이한 공약 속에 여야 지도부는 충북민심이 곧 천심(天心)이라는 식의 말로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곧잘 쓰이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낯 간지러운 말'을 이르는 속어)'의 말로 중부4군 유권자를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 주위를 감도는 정치상황을 보면 이같은 요란한 정치쇼가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정운찬 국무총리와 여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종시 축소 내지는 수정문제가 국정감사와 재·보궐선거가 끝나는 대로 충청민의 목을 조여올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청원군 부용면과 강내면 11개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미래가 불투명한 세종시로의 편입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여 애간장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들이 중부4군에서 요란을 떠는 것을 바라보는 도민들도 "선거 때가 돌아오긴 돌아온 모양이군"이라는 정도의 냉소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극히 당연하지 않으면서도 당연시되는 현상이다.

여야 각 지도부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기대하는 민초의 마음과 같은 충북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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