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身言書判)
신언서판(身言書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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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청원군노인복지관 관장·신부>
정부의 개각이 발표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그렇게 인물이 없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자리에 이른 것만 해도 입지전적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면 그에 상응하는 몸가짐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중국 당나라 때에 관리를 등용하던 시험에서 인물을 평가할 때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그 기준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신(身)이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뜻하는 말로 신수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신(身)이란 단순히 몸의 크고 작음이나 얼굴의 잘나고 못남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태도가 그의 몸가짐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첫인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언(言)이란 사람의 말씨 즉 언변을 이르는 말입니다.

물론 말씨나 언변이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의 말이란 조리 있고 분명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좋은 언변을 갖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합니다. 또한 아는 것을 제대로 실천해야만 합니다. 언행이 일치(言行一致)하지 않는다면 말 잘하는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서(書)는 글씨 혹은 글 쓰는 솜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로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하여 매우 중요시하였습니다.

사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타고난 말솜씨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외모나 말솜씨만이 아니라 글 솜씨라는 것도 있는 것입니다. 글씨를 반듯하게 쓰거나 논리 정연하게 써 나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용한 것은 판(判)이라 하겠습니다. 판이란 사람의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외모가 출중하고 언변이나 글 솜씨가 뛰어나다 해도 판단을 잘못하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인생에 있어서 어떤 형태이든 문제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정말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문제의 있고 없음이 아니라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 즉 판단력의 있고 없음이라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위의 네 가지 덕을 갖추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신이 아닌 다음에야 이 모든 것을 골고루 다 갖추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어떤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이는 자신의 신분에 걸맞은 자질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물론 허물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허물이 정당화되는 일 또한 없어야 살맛나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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