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꿈나무
신행정수도 꿈나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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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12일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버리고 '녹색성장첨단복합도시'로 바꿔버리는 개정 법률안을 이번 주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드디어 마각을 드러낸 것이지요. 마각(馬脚)이란 말의 다리지만, 말의 탈을 뒤집어 쓴 사람의 다리. 즉 거짓으로 꾸며 숨긴 본성이나 진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던 행정도시를 대선 때는 원안대로 추진을 거듭 공약했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소위 '이명박표 명품도시' 운운하더니, 몇 차례 바람잡이들이 출몰하다가는 공주출신 정운찬을 국무총리로 내세워 세종시 수정을 꺼내들게 하는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하여,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 드디어 마각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아직 커튼이 다 올라가지 않아서 말의 다리가 아닌 인간의 다리만 보일 뿐 말대가리 탈 속에는 어떤 낯짝을 하고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아니 두고 보고 할 것도 없이 말이 좋아 법률개정이지 행정도시는 아예 폐기하겠다는 것이고, 9부2처2청의 정부 부처 이전 조항을 삭제하는 순간 모든 것은 무위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과거 10년 지난 정부 때의 일은 모두 지워버리기로 일관하고 있음은 익히 알게 됐습니다만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무력화시키고 나면 그 다음은 자연스레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살리기로 탈을 바꿔 쓰듯 혁신도시 무력화로 이어질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 부처가 그냥 서울에 앉아있는데 관련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로의 이전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한나라당 지도부가 짐짓 세종시법에 대해 당론에 어긋나는 법안 제출은 이해가 안된다고 하면서도, 정부에서 새로운 안이 나오면 그 안을 가지고 토론해 봐야 한다는 얘기에 이르면, 참 가증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분권·분산·균형' 발전정책은 세종시라는 첫 단추도 꿰어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2005년 3월29일 도청 정원에 꿈나무를 심고 '신행정수도 꿈나무' 비석까지 세운 우리가 아닙니까. 오늘 일부러 그 비문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신행정수도건설을 통해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충북도민의 노력은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제정이라는 결실을 거뒀습니다. 이제 우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조로 완전한 행정수도를 건설하려는 도민의 염원을 모아 또 하나의 씨앗을 뿌립니다. 이 나무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대들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희망의 나무를 '신행정수도 꿈나무'라 부릅니다."

'신행정수도지속추진범충북도민연대'의 이름으로 새겨진 이 비문의 운명이 어찌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모두 다 어디들 계십니까. 꿈나무를 심고 비문에 새긴 그 큰 뜻을 어찌 이룩해 낼 것입니까. 이순신 장군 동전 150만개 모으기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의 뜻을 기려 세운 이 비석을, 이 꿈나무를 어찌할 것입니까. 그냥 내팽개칠 것입니까. 아니면 다시금 이 꿈나무 앞에 모여 행정도시 관철을 결의해 나아갈 것입니까. 비문에 이름을 올린 우리 고장의 내로라하는 지도자는 물론 이순신 장군 동전을 내주신 모든 도민들도 함께 나서야 옳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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