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명절이야기
그 흔한 명절이야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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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연휴라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주말을 끼고 몰려버린 아쉬운 추석을 앞두고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과 준비로 몸과 마음이 분주한 한 주다.

신문에 의하면 올해 추석상차림 예상비용이 16만원 조금 넘는다 하고,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바람에 백화점 선물코너 매출이 다소 늘었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추석을 앞두고도 특별수당은커녕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그 흔한 추석이야기는 지금 몇 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을까.

10시가 넘어 5000원 남짓 요금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잠시 전 정차하고 있는 중, 갑자기 뒤에서 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놀란 이야기를 하면서, 그 차 역시 택시였는데 딴 생각을 하다 무심결에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 같다고 하였다.

범퍼에 상처가 나고, 목이 아프지만, 같은 처지에 애태울 생각을 하니 맘이 아파 연락하지 말아야겠다며 상대편 차량 운전자가 주었다는 연락처 적힌 쪽지를 찢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약 10분여 동안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횡단보도 앞에 신호대기로 서 있는 사이 갑자기 요금도 내지 않고 달아나 버리는 손님 이야기, 앞자리에 앉아 있다 갑자기 에어컨박스에 구토를 해서 에어컨청소비를 포함해 반나절 일 못한 기회비용으로 20여만원을 쓰게 만든 취객이야기, 뒷자리에서 갑자기 승객이 강도로 돌변한 이야기, 오늘과 같은 기사 과실에 의한 사고처리는 기사본인의 부담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회사의 부당함에 대한 읍소 등 듣다보니 시선을 어디에 두고, 어느 정도에서 공감의 표현을 해야 좋을지 난감할 뿐이었다.

5시에 나와 10시까지 5시간 동안 내가 4번째 손님이라며, 미터기를 눌러 지금까지 요금누계 2만8000원을 보여주는 그에게 끝내 내리며 '즐거운 추석 되세요' 한마디 인사를 전하지 못했다.

아마도 오늘 내일이면 명절증후군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이다. 며느리들은 한결같이 산 같은 부침질을 하느라고 혈압이 오른다 할 것이고, 남편들도 아내 눈치보랴 아이들과 놀아주랴 아내들 못지않게 힘들다 할 것이다.

그래도 그런 재미와 정으로 뻔히 힘들 걸 알면서도 무거운 선물보따리를 싸 들고 가족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힘들게, 서로를 찾아왔는지,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는 애써 감추며 늘 듣는, 뻔하고도 흔한 주문이지만, 올해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

왠지 그 속엔 이유를 알 수 없는 희망이 보름달처럼 숨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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