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야생을 노리는 비양심 '밀렵'
7. 야생을 노리는 비양심 '밀렵'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9.09.22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상다큐 위기의 야생(野生)

계절불문 조직적 자행… 위기의 동물 365일 신음


법규·단속강화 불구 여전히 '성행중'
그릇된 보신·명품주의 탓 근절 시급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단속 사각지대인 농촌·산간지역에서 아직도 밀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 아무리 법규와 단속이 강화된다 해도 '야생을 노리는 비양심' 밀렵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밀렵 시기도 과거엔 겨울철에 집중됐으나 요즘엔 계절 불문하고 자행되고 있다. 밀렵방식도 과거엔 나홀로 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조직적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단속 사각지대인 농촌·산간지역에서 아직도 밀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 아무리 법규와 단속이 강화된다 해도 '야생을 노리는 비양심' 밀렵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더욱이 밀렵 시기도 과거엔 겨울철에 집중됐으나 요즘엔 계절 불문하고 자행되고 있다. 밀렵방식도 과거엔 나홀로 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조직적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밀렵도구도 다양해져 과거 독극물이나 올무, 덫, 함정을 이용하던 것이 지금은 사람 눈을 실명시킬 정도의 고성능 서치라이트는 물론 소음기와 망원렌즈까지 부착된 전용 총기가 동원되고 있다. 게다가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사냥견(犬)도 동원된다. 거래도 점조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잡는 사람 따로 파는 사람 따로 각기 분업화 돼있어 '물건'을 파는 측에선 잡는 꾼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 전통방식 통해 밀렵의식 전승 '충격'
국립공원 속리산 일대와 달래강 유역서 희귀 야생동물이 실제 밀렵되고 있다는 소문(?)을 접한 것은 지난 5월초. 밀렵대상 동물중에는 심지어 국내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를 비롯해 수달(〃 330호, 〃 Ⅰ급)과 산양(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 담비(〃Ⅱ 급) 등 법정 보호동물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었다.


해서 속리산과 달래강을 중심으로 밀렵에 대한 집중 취재를 계획하고 현지답사를 실시하던 중 지난 7월 18일 눈을 의심할 정도로 의외적인 밀렵 장치를 발견했다. 해발 300m가량의 산 중턱에서 매우 원시적인 재래식 덫이 발견된 것이다. 의외적이란 표현을 쓴 것은 밀렵방식이 매우 오래 된 구형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같은 오랜 전통방식이 지금껏 전해져 오면서 여전히 야생동물의 명줄을 옥죄고 있는 데 대한 놀라움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록 나무와 철사로 만든 조잡한 것이지만 동물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교묘히 설치했다는 점에서 전문꾼의 노련함을 읽을 수 있었다. 주민들에게 물으니 예부터 멧토끼를 잡기 위한 방식이란다. 하지만 취재팀이 느낀 것은 토끼덫 이상의 큰 의미로 다가왔다. 왜냐면 이같은 전통방식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전래되고 있다는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의 밀렵의식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전통방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산에서는 너구리가 올무에 걸려 죽어있는 것이 발견됐다. 불과 5일전인 지난 18일 속리산 인근 ○○산 자락의 참나무숲에서 발견된 이 너구리 사체<사진2 참조>는 강한 철사로 만든 올무에 목이 걸린 채 낙엽속에 묻혀 죽어 있었다. 몸체가 부패 직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약 4~5일 전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 덫을 이용한 밀렵 가장 많아
일종의 전통 방식으로서 최근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덫은 야생동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밀렵도구다. 은폐가 쉬운 데다 한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밀렵꾼이 가장 선호한다.  취재팀이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발견한 덫의 숫자가 무려 30개가 넘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덫밭'이었다. 대부분은 녹 슬고 닫혀 있었지만 최근에 설치한 것도 상당수 있었다.


탐문 취재와 함께 덫에 치인 동물을 직접 찾아 나선 지 한 달여가 지난 6월 23일 아침, 숨 넘어 가는 전화 한 통이 울려왔다. 달래강 지류인 구룡천에서 수달 1마리가 덫에 치인 채 발견됐다는 것이다. 달려가 보니 앞발 2개가 모두 덫에 치여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119 안전센터에 연락해 응급치료를 받게 했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경찰수사 결과 인근 주민이 농작물 피해를 주는 동물을 퇴치키 위해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국제적 보호종인 수달이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로부터 2개월여 뒤인 8월 31일 속리산과 가까운 보은 산외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인 담비가 덫에 치여 있는 것을 한 등산객이 발견,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충북지부에 신고해 목숨을 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4 참조>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관계자는 "인근 나뭇가지를 잘라 담비를 유도한 것으로 보아 전문꾼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독극물 이용한 밀렵도 여전
독극물에 의한 밀렵도 여전하다. 대부분은 눈이 내려 야생동물이 먹이를 찾기 어려운 겨울철에 집중되고 있지만 최근엔 여름철에도 이뤄지고 있음이 취재결과 밝혀졌다. 취재팀은 지난 6월 17일 괴산군 청천면 리 인근 밭에서 독극물이 묻은 먹이를 먹고 죽어가는 수꿩(장끼) 1마리를 직접 발견한 바 있다.<사진5 참조>


◇ 현장단속 강화·밀거래 근절 시급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에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비교적 엄한 벌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렵 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껏해봤자 벌금만 물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법규야 어떻든 실제 양형은 벌금형이 일반적인 데서 비롯된 인식이다.

또 하나는 현장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밀렵현장이나 밀렵된 동물을 밀거래하는 현장을 직접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만큼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단속도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제보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취재팀은 이 점을 감안해 밀렵도구가 설치돼 있는 현장을 수차례 잠복하고 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청원군 ○○면 지역에 대한 집중 취재도 실시한 바 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또 다른 이유는 야생동물이 몸에 좋고 가죽도 양질이라는 헛된 보신주의와 명품주의가 아직도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법규에는 먹거나 가공하는 자도 엄한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 때문에 쉽게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재팀과 동행했던 정대수씨(생태연구가)는 "야생이면 무엇이든지 좋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밀렵 또한 뿌리뽑히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보다 실질적인 계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1.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재래식 덫

2. 올무에 걸려 죽은 너구리

3. 덫에 치인 수달

4. 덫에 치인 담비

5. 독극물에 중독된 수꿩

6. 곳곳에 널려 있는 덫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