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도덕경… 성서를 더 폭넓게 만든다"
"불경·도덕경… 성서를 더 폭넓게 만든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9.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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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원불교당서 '노자도덕경' 강의하는 김태종 목사
김태종 <청주삶터교회 담임목사>
스님다운 목사로 불리는 청주삶터교회 김태종 담임목사. 그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에서 '노자 도덕경' 강의를 한다.

목사가 원불교당에 가서 노자를 논하는 것이 어찌보면 종교인의 상식을 넘어선 일탈행위로 볼 수 있음에도 김 목사는 이를 4년째 이어오고 있다.

강의를 듣는 수강생은 10여명. 청주노자모임 회원이 대부분이지만 이들 중에는 원불교 신자, 목사, NGO단체활동가도 있다.

김 목사가 노자를 접하게 된 계기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던 지난 1992년 한 후배가 '노자 도덕경'을 선물 하면서다.

노자를 처음 접한 김 목사는 "동양에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왜 노자를 강의하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성서가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성서밖에 있는 세계관을 성서의 나머지 절반으로 보지않으면 성서가 완벽해질 수 없다"며 "불경, 도덕경 등 다른 동·서양의 고전들은 성서를 더 폭넓게, 더 깊이 있게 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인이 다른 종교에 대한 마음을 개방하지 않으면 고립될 수 있고, 고립되면 아무리 좋은 얘기도 자기독백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런 그의 소망은 엉뚱하게도 사찰에서 반야심경을 강의하는 것.

그의 강의는 1회 강의 때마다 도덕경 1장씩 진도를 나간다. 총 81장을 마치는데 약 1년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도덕경 강의를 하면서 그가 느낀 점은 두 가지. 도덕경은 작위가 없다는 점과 노자가 여성숭배자라고 생각할 만큼 여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고전은 저자가 나와서 춤을 출 때까지 읽어야 하고, 저자가 나와 춤을 추게 하는 것이 고전해석"이라며 "2500년전의 노자를 강의를 할 때마다 오늘은 어떻게 춤을 추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고 말했다.

목사라는 직분으로 노자를 강의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맞추기 위해 나를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고, 나를 비난한다고 나의 걸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내 길을 가듯 자신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이들을 도와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이 종교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아기가 걸음을 뗄 때 엄마가 박수치며 힘을 주듯, 매미가 자기 노래를 부르듯, 호박꽃이 장미를 부러워 하지 않고 제 열매를 맺듯 남이 만든 길보다는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우주 질서임을 강조하는 김 목사는 도덕경 강의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이 세상 그 무엇도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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