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투표에 관하여
화폐투표에 관하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0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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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민주사회에서 국민이 정치적 주권을 갖듯이 시장경제에서 소비자들은 경제적 주권을 갖는다. 이를 우리는 소비자주권(consumer sovereignty)이라 하는데,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을 통해 사회 전체의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생산되어야 하며,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을 결정하는 최종적 권한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생산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까.

사무엘슨은 "무엇이 얼마나 생산되어야 하는가는 소비자들의 화폐투표(dollar votes)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정치제도에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기 위해 정기적으로 투표가 이루어지듯이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위해 화폐를 지불하면서 수시로 상품에 대한 투표를 행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을 당한, 즉 시장에서 많이 팔린 제품들은 그만큼 많은 표를 받은 소비자가 원하는 생산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생산을 위해 최종적 선택권을 갖는 만큼, 정말 좋은 제품을 합리적으로 선택해서 '바람직한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표전에 충분히 분석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서 정말 바람직한 판단을 해야 하거늘 우리는 습관적으로 뽑아놓고 후회하는 버릇이 있다. 소비생활에서도 이와 같이 무책임한 방임적 행위는 경제사회를 발전시키는데 방해가 된다. 구매하기 전 여러 대안들을 현명하게 비교분석하고, 꼭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자신감 있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화폐투표는 민주사회의 투표와 달리 1인 1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매력이 많은 사람은 많은 구매기회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생산의 방식을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다.

문제는 선택의 폭도 적으면서 의견개진의 기회마저도 부족한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열등재라 생각되는 제품들이 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일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위험하게 생각되는 제품일지라도 이들에게는 삶과 생명유지를 위해 고마운 제품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삶의 질이 많이 나아졌고, 또 더 높은 삶의 질에 대한 요구도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최고급의, 최신식의, 위험제로의 편리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권리이자 의무인 화폐투표를 현명하게 행사하는 것과 함께 투표할 수 없는 이웃을 대신해 그들이 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줄 아는 성숙된 소비자의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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