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안 되는 이유
자유선진당이 안 되는 이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3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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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심대평씨 탈당을 청와대의 야당 깨기라는 자유선진당측의 주장은 아무리 따져 봐도 무리다. 물론 이런 가설은 가능하다. 청와대나 여권이 선진당을 우습게 봤다는 것, 그것도 얼마나 만만하게 여겼으면 다른 당의 대표를 제멋대로 총리니 뭐니 하면서 흔들어 댔겠는가.

그래서 지금 선진당이 취할 자세는 흥분하고 분개하고 원통해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자책하고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는 절차가 우선이다.

어쨌든 선진당으로선 앞으로의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자유선진당의 적자(嫡子)는 당초 국민중심당을 창당한 심대평이지 이회창이 아니다.

선진당이 18석이라는 적지않은 의석을 가지고도 안방에서만 빙빙 돌다가 오늘의 사태를 부르기까지는 사실 당의 간판이 이처럼 혼돈스러웠던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충청을 지역연고로 삼으려 했다면 철저하게 이에 충실했어야 한다. 당의 위상을 위해 '이회창'이라는 지명도가 아쉬웠던 처지는 이해하지만 정치판의 편의적 선택은 결코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

자유선진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환골탈태할지,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충북에서조차 뿌리를 못내리고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한 번쯤 냉정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먼저, 선진당은 같은 충청권인 충북의 지지를 얻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물론 당의 책임이 크다. 이곳 유권자들은 그동안 모든 현안에 있어 충북은 항상 후순위였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지난 보궐선거시 당 총재가 증평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청주공항 활성화 등 지역현안에 나름대로 목소리를 냈다고는 하지만 도민들이 받아들이기엔 '립 서비스'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당이 충북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청원군의 세종시 편입을 한나라당과 덜컥 합의한 처사는 그나마 이조차도 불신케 만들었다.

선진당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끝간 데 없이 반목하며 정치를 파행시킨 것은 어찌 보면 선진당으로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호재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선진당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여론을 이끌기는커녕 늘 훈수를 즐기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촛불집회와 미디어법 논란 그리고 노무현 서거정국에서 선진당이 한 일이란 고작 '이건 괜찮고 저건 문제가 있고' 하는 식의 마치 공자님 말씀()을 남발하는 것이었다면 부인하겠는가. 이 때문에 선진당은 많은 사람들에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도 더 얄밉다는 시누이의 이미지로 각인된 지 오래다.

뭐니뭐니해도 선진당의 결정적인 패착은 군소정당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잊었다는 점이다. 일반 사회에서도 작은 조직이 살아가려면 오히려 더 강해야 한다는 게 철칙이다. 한데 선진당은 지역의 민감한 현안에까지 어정쩡했다. 작은 조직으로서 분명한 자기색깔을 못낸 것이다.

예를 들어 세종시 문제의 경우 선진당이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만 있었더라도 배수진을 쳐야 옳았다. 만약 선진당이 당의 운명을 걸고 원안추진을 강하게 밀어부쳤다면 지금의 말도 안 되는 지지율은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디어법 논란에 있어서도 이쪽 저쪽 눈치보며 엉거주춤한 보폭을 취할 게 아니라 차라리 독자적인 대안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어필했어야 옳았다. 이러지 못함으로써 한나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지금의 사태를 부른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끝내 아쉬운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로 의기투합해 공당을 이끌었던 둘이 그런 식으로 인신공격까지 하며 갈라졌다는 사실이다. 할 말은 아니지만 이는 못난 들이나 하는 짓이다. 하여 일말의 부끄러움을 안다면 앞으로는 입 꽉 다물고 각자 할 일에나 매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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