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당 원내교섭단체 붕괴·勢 축소 위기

한나라당 '이삭줍기'·민주 보수결집 복병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회창 총재를 비난하면서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국무총리직 거부'의사도 분명히 했다.

벌써부터 심 대표의 탈당이 몰고올 충청권 정치지형변화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심 대표는 3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적 당운영으로 당 지지율을 2%대에 머무르게 하는 이회창 총재와 당을 같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자유선진당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총리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덧붙였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충청에도, 국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되는 상황과 자신의 편협한 사고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구태에 더 이상 동조하거나 좌절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의 창조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전격 탈당을 선언함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6월2일)를 9개월여 앞둔 충청권 정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당은 보수를 당의 이념으로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심 대표가 이끌던 국민중심당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던 이 총재가 의기투합해 창당했다. 선진당의 목표는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전국정당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 선진당은 18석을 얻은 뒤 2석을 얻은 창조한국당과 정책적 공조를 이끌어내며 제3의 원내교섭단체로 일순간 도약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전·충남에서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러나 선진당은 심 대표의 탈당으로 당장 원내교섭단체(국회의원 20석이상)의 지위를 잃어버리게 됐다.

여기에다 심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동조 탈당할 경우 선진당은 당해산은 몰라도 급격한 세(勢)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선진당의 충북진출 교두보로 여겨졌던 이용희 국회의원(보은·옥천·영동)의 거취도 주목된다.

선진당과 함께 보수를 당의 이념으로 하는 한나라당은 선진당이 분열하면 '이삭줍기'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당지지도가 급격한 신장세를 보인데다 보수세력이 한나라당과 선진당으로 양분돼 있어 내년 지방선거 시 충청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던 민주당으로서는 보수세력결집이라는 뜻하지 않는 복병을 만나게 됐다.

이같은 셈법은 심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 후 정가의 반응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총재는 심 대표 탈당에 대해 "어려움을 함께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돼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며 이날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해 '긴급소집령'을 내리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섰다.

민주당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야권 파괴 공작의 결과"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