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치인의 일장춘몽(一場春夢)
두 정치인의 일장춘몽(一場春夢)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9.08.30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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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재동 <정치·경제부차장>
국내 정치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국회 원내 3당인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주역인 심대평 대표가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심 대표는 누구인가. 견고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민선 1, 2, 3기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심 대표는 김종필 총재를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이 해체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충청권을 기반으로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다.

비록 대권에 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캐스팅보트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실있는 정당으로 키워내겠다는 게 그의 야심이었다.

한국정치사에 있어 가장 큰 병폐로 지적되는 지역주의에 기대어 정치생명을 연장한 것이다. 당시 심 대표는 3회에 걸쳐 선출직 도지사를 역임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상 도지사직에 다시 도전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일개 도지사 출신의 당대표 밑으로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모이지 않는 것이 그의 가장 큰 흠결이었다. 이를 고민하던 심 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전격 자유선진당을 창당하고, 전국정당화를 꾀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대전·충남권을 휩쓸며 18명의 소속 국회의원을 배출한 후 창조한국당과 정책적 공조를 이끌어내며 선진당을 제3의 원내교섭단체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였다. 자신의 정치인생을 꽃피워줄 후견인으로 생각했던 이 총재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그는 항상 2인자에 머물러야 했고, 발언권도 급속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청와대발 개각설이 나오고 그 중심에 자신이 총리로 거론되면서 내심 큰꿈을 꾸었던 심 대표는 이 총재의 거듭된 불가방침에 좌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심 대표가 3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500만 충청인에 기대어 정치거목과 대통령이라는 각기 다른 꿈을 꾸던 두 명 정치인의 야망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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