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과부원앙'이 늘고 있다
2. '과부원앙'이 늘고 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2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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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다큐 위기의 야생(野生)

남의 둥지에 무정란 낳아 생태계에 던지는 '경고장'

김중규 원앙연구가, 보은서 30년간 생태 연구
"일편단심 한 마리만 사랑하는 지독한 사랑새"

원앙(기러기목 오리과)은 명칭 유래가 독특하다.


수컷과 암컷이 합쳐져 하나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원(鴛)은 수컷 원앙을, 앙(鴦)은 암컷 원앙을 의미하는데 이는 새는 물론 타 동물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사례이다.

본래 옛 사람들은 원과 앙을 별개의 새로 알았다. 두 새의 깃털이 워낙 달라서다. 한데 후세 사람들이 자세히 관찰해 보니 두 새는 같은 종의 수컷과 암컷이었다. 해서 둘을 합쳐 부르게 된 것이 '원앙'이다.

원앙은 이름에서 풍기듯 한번 부부 연을 맺으면 평생 헤어지지 않는 새로 알려져 있다.

중국 진나라 때 최표는 그가 지은 고금주를 통해 "원앙은 암수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 습성 때문에 한 마리가 죽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몹시 애태우다 죽고 만다"고 설명하고 있다.

송나라 때 한빙부부(韓憑夫婦) 고사에서 유래된 원앙지계(鴛鴦之契) 또한 원앙의 이같은 습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언제나 함께 다니며 떨어지지 않는 부부의 정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앙은 남녀간 금실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혼례 때는 으레 나무로 만든 원앙 한 쌍을 선물하거나 원앙이 그려진 이불과 베개(원앙금침)를 혼수감으로 마련해 줬다. 또 원앙 고기를 먹으면 금실이 좋아진다고 믿었다.

◇ 원앙금실은 사실인가

금실 좋은 새란 오랜 인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류학계에서는 "원앙은 순전히 바람둥이"란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원앙은 매년 월동지서 새로운 짝을 정해 '한해부부'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덩치 큰 수컷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덩치 작은 암컷에게 선택권이 있어 여러 마리 수컷 가운데 마음에 드는 한 마리를 고른다고 한다. 만일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원앙은 해마다 짝을 바꾸는 Changing partner의 귀재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람이 충북 보은서 30년 가까이 원앙의 생태를 연구하며 직접 수천 마리를 길러온 김중구씨(57)다.

김씨에 의하면 원앙은 한마디로 '일편단심 한 마리만 사랑하는 지독한 사랑새'다. 김씨는 "직접 길러보지 않고 관찰해 보지 않았으면 함부로 말을 말라"며 "다만 집단 사육시 간혹 수컷이 죽어 홀로 남게 된 과부원앙은 다른 수컷들 극성에 얼마 안가 죽고 만다"고 말한다. 균형이 깨질 경우에만 사랑의 비극을 볼 수 있을 뿐 평상시엔 암수 모두 절대 한눈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 원앙둥지의 비밀

"원앙은 바람둥이다", "아니다"는 주장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야생 상태의 현실에서는 원앙의 생태가 심각하게 균형을 잃어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다름 아닌 '과부 원앙'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취재진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산란기간 동안 보은의 김중구씨와 함께 보은·괴산지역의 원앙 둥지를 찾아 집중 취재한 바 있다. 그 결과 보통 한 배에 9~12개의 알을 낳는 원앙 둥지에 무려 30~40개가 넘는 알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수차례 목격됐다.

왜 그럴까. 한 배에 9~12개가량 낳는다는 원앙 둥지에 왜 그렇게 많은 알들이 들어 있을까. 답은 획기적이었다. 학계서도 모르고 있는 일이 원앙 둥지서 벌어지고 있었다. 즉, 알 주인이 여럿으로 파악된 것이다. 알 크기와 색깔이 서로 약간씩 다른 것은 그를 입증한다.

둥지 주인은 한 쌍인데 알 주인이 여럿이라면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누군가가 둥지주인 몰래 알을 낳았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같은 종끼리 알을 맡기는 '동종탁란'을 한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동종간 탁란을 왜 할까. 자기 둥지도 아닌 남의 둥지에 들어가 몰래 알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알 낳을 장소가 부족해서란다. 인간의 편협한 발상 때문에, 나무구멍이란 구멍은 외과수술이란 핑계로 죄다 막아놨으니 급한 김에 남의 둥지 찾아가 도둑산란을 하게 된 것이란다.

◇ 생태계의 경고장

그런데 취재 도중 이상한 현상이 또 목격됐다. 알 갯수가 유난히 많은 둥지서 부화되지 않는 알들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이 역시 대단한 의혹거리였다. 해서 부화되지 않은 알들을 수거, 분석해 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무정란이었다. 무정란, 즉 수정되지 않은 알이라면 그 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답은 간단하다. 짝이 없는 '나홀로 암컷'이다.

김씨는 "알 갯수가 많은 둥지는 대부분 부화율이 현격히 떨어지는데 이는 자연상태의 과부 암컷이 산란철에 덩달아 알을 낳았기 때문"이라며 "이 또한 일종의 동종탁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씨는 "이와 관련해 특별히 의문 가는 점은 무정란이 든 둥지 숫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연관 있는 게 아닌가 의심간다"고 말했다.

자연상태, 즉 야생에서 짝을 구하지 못해 무정란을 낳는 소위 과부 원앙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음을 뜻한다. 심각한 위기다. 일년 단위로 짝을 바꾸는 태생적인 바람둥이든 한평생 자기짝 하고만 짝짓기하는 지독한 사랑새이든, 번식기가 와도 짝을 구하지 못하는 암컷 원앙이 늘고 있다는 것은 작금의 우리 생태계 나아가 미래 생태계에 던지는 또 하나의 경고장이 아닌가 싶다.

◈ 원앙의 사랑표현 번식기가 되면 수컷 원앙은 암컷의 깃털을 다듬어 주는 등 온갖 구애행동을 통해 암컷의 관심을 사려고 노력한다.
◈ 포란중인 암컷 원앙과 알 고목 구멍의 둥지에서 암컷 원앙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왼쪽). 암컷이 잠시 둥지를 비우면서 털로 덮어놓은 알 갯수를 확인했더니 무려 38개였다(오른쪽). 반 이상이 다른 원앙이 낳은 알이다.
◈ 갓 태어난 새끼 원앙과 무정란 알 갯수가 유난히 많은 원앙 둥지는 부화율이 현저히 낮은데 이는 '과부 원앙'이 몰래 낳은 무정란 때문이다. 아래의 온전한 알이 무정란이다.

원앙(기러기목 오리과)은 명칭 유래가 독특하다. 수컷과 암컷이 합쳐져 하나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원(鴛)은 수컷 원앙을, 앙(鴦)은 암컷 원앙을 의미하는데 이는 새는 물론 타 동물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사례이다.본래 옛 사람들은 원과 앙을 별개의 새로 알았다. 두 새의 깃털이 워낙 달라서다. 한데 후세 사람들이 자세히 관찰해 보니 두 새는 같은 종의 수컷과 암컷이었다. 해서 둘을 합쳐 부르게 된 것이 '원앙'이다.원앙은 이름에서 풍기듯 한번 부부 연을 맺으면 평생 헤어지지 않는 새로 알려져 있다. 중국 진나라 때 최표는 그가 지은 고금주를 통해 "원앙은 암수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 습성 때문에 한 마리가 죽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몹시 애태우다 죽고 만다"고 설명하고 있다. 송나라 때 한빙부부(韓憑夫婦) 고사에서 유래된 원앙지계(鴛鴦之契) 또한 원앙의 이같은 습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언제나 함께 다니며 떨어지지 않는 부부의 정을 일컫는다.우리나라에서도 원앙은 남녀간 금실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혼례 때는 으레 나무로 만든 원앙 한 쌍을 선물하거나 원앙이 그려진 이불과 베개(원앙금침)를 혼수감으로 마련해 줬다. 또 원앙 고기를 먹으면 금실이 좋아진다고 믿었다.금실 좋은 새란 오랜 인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류학계에서는 "원앙은 순전히 바람둥이"란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원앙은 매년 월동지서 새로운 짝을 정해 '한해부부'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덩치 큰 수컷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덩치 작은 암컷에게 선택권이 있어 여러 마리 수컷 가운데 마음에 드는 한 마리를 고른다고 한다. 만일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원앙은 해마다 짝을 바꾸는 Changing partner의 귀재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람이 충북 보은서 30년 가까이 원앙의 생태를 연구하며 직접 수천 마리를 길러온 김중구씨(57)다. 김씨에 의하면 원앙은 한마디로 '일편단심 한 마리만 사랑하는 지독한 사랑새'다. 김씨는 "직접 길러보지 않고 관찰해 보지 않았으면 함부로 말을 말라"며 "다만 집단 사육시 간혹 수컷이 죽어 홀로 남게 된 과부원앙은 다른 수컷들 극성에 얼마 안가 죽고 만다"고 말한다. 균형이 깨질 경우에만 사랑의 비극을 볼 수 있을 뿐 평상시엔 암수 모두 절대 한눈팔지 않는다는 것이다."원앙은 바람둥이다", "아니다"는 주장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야생 상태의 현실에서는 원앙의 생태가 심각하게 균형을 잃어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다름 아닌 '과부 원앙'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취재진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산란기간 동안 보은의 김중구씨와 함께 보은·괴산지역의 원앙 둥지를 찾아 집중 취재한 바 있다. 그 결과 보통 한 배에 9~12개의 알을 낳는 원앙 둥지에 무려 30~40개가 넘는 알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수차례 목격됐다.왜 그럴까. 한 배에 9~12개가량 낳는다는 원앙 둥지에 왜 그렇게 많은 알들이 들어 있을까. 답은 획기적이었다. 학계서도 모르고 있는 일이 원앙 둥지서 벌어지고 있었다. 즉, 알 주인이 여럿으로 파악된 것이다. 알 크기와 색깔이 서로 약간씩 다른 것은 그를 입증한다. 둥지 주인은 한 쌍인데 알 주인이 여럿이라면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누군가가 둥지주인 몰래 알을 낳았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같은 종끼리 알을 맡기는 '동종탁란'을 한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동종간 탁란을 왜 할까. 자기 둥지도 아닌 남의 둥지에 들어가 몰래 알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알 낳을 장소가 부족해서란다. 인간의 편협한 발상 때문에, 나무구멍이란 구멍은 외과수술이란 핑계로 죄다 막아놨으니 급한 김에 남의 둥지 찾아가 도둑산란을 하게 된 것이란다.그런데 취재 도중 이상한 현상이 또 목격됐다. 알 갯수가 유난히 많은 둥지서 부화되지 않는 알들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이 역시 대단한 의혹거리였다. 해서 부화되지 않은 알들을 수거, 분석해 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무정란이었다. 무정란, 즉 수정되지 않은 알이라면 그 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답은 간단하다. 짝이 없는 '나홀로 암컷'이다. 김씨는 "알 갯수가 많은 둥지는 대부분 부화율이 현격히 떨어지는데 이는 자연상태의 과부 암컷이 산란철에 덩달아 알을 낳았기 때문"이라며 "이 또한 일종의 동종탁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씨는 "이와 관련해 특별히 의문 가는 점은 무정란이 든 둥지 숫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연관 있는 게 아닌가 의심간다"고 말했다.자연상태, 즉 야생에서 짝을 구하지 못해 무정란을 낳는 소위 과부 원앙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음을 뜻한다. 심각한 위기다. 일년 단위로 짝을 바꾸는 태생적인 바람둥이든 한평생 자기짝 하고만 짝짓기하는 지독한 사랑새이든, 번식기가 와도 짝을 구하지 못하는 암컷 원앙이 늘고 있다는 것은 작금의 우리 생태계 나아가 미래 생태계에 던지는 또 하나의 경고장이 아닌가 싶다.

                                                                                                                 <글·사진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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