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포도밭에서의 시작
두꺼비 포도밭에서의 시작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2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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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박완희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사무국장>
충북의 첫 번째 내셔널트러스트(국민신탁) 자산으로 지난 5월에 산 구룡산 포도밭에서 올해 포도 수확이 시작됐다. 이 포도밭은 청주시민들이 성금을 모으고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예산을 지원해 산 것으로 수곡시니어클럽 원흥이방죽 지킴이 어르신들께서 5월부터 농사를 지어왔다.

애초 포도밭은 두꺼비들이 서식하기 좋은 참나무 숲을 조성하고 다양한 양서류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생태연못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포도나무 나이가 7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 몇 년은 더 포도수확이 가능하다는 유기농업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친환경 재배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수곡시니어클럽 어르신들과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직접 손으로 김을 매고, 순을 치고 포도를 관리해 왔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친환경 포도농사는 쉽지만은 않았다. 알 솎아내기를 제대로 못해 포도알이 작고 빽빽했으며 제때 거름을 주지 못해 당도도 떨어졌다.

그래도 익어가는 포도의 향은 새들과 곤충들을 유인하기에 충분한 듯 보인다.

주먹만 한 두꺼비가 어기적어기적 포도밭을 활보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비록 예전보다 소출은 3분의 1로 줄었지만, 포도밭에 살충제와 제초제를 뿌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수확된 포도는 산남동 지역주민들과 인근 관공서에 판매됐다.

수확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판매 수익금은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경작되는 또 다른 구룡산의 논과 밭을 사는 기금으로 적립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또 다른 논과 밭을 두꺼비 서식지로 사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수원 칠보산에는 해마다 봄마다 두꺼비들이 산란하는 논이 있는데 지역주민들이 이 논을 비롯해 주변 700여 평의 논을 임차해 친환경 논농사를 짓고 있다.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은 5만원씩 두꺼비쌀 펀드를 내고 가을에 추수하면 생산된 쌀을 금액만큼 가져간다.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구룡산 인근 미평동, 성화동 논에 계약재배를 하고, 수확된 쌀을 지역주민들이 소비하고, 학교급식으로 친환경 두꺼비 쌀을 공급한다면 농민들에게는 두꺼비라는 친환경 브랜드로 이익을 창출하고, 소비자인 도시민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받을 수 있으며, 두꺼비가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태환경을 만들어 갈 뿐만 아니라 여성이나 노인 일자리 창출까지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종합적인 시스템의 모델사례로 일본 가스미가우라 호수 인근의 이바라키현에서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아사자프로젝트를 통해 생태순환형 사회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오염된 가스미가우라 호수를 살리는 데 지역의 임산물을 이용하고 노랑어리연꽃을 통해 수질을 정화한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인 배스와 블루길을 잡아 어분으로 만들어 유기농업의 거름으로 활용하고 유채꽃을 심어 학교에 식용유를 공급하고 마을 식료품점에 이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 판매대를 두어 로컬푸드를 현실화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서로 어울리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두꺼비 포도밭이라는 올해의 작은 시도를 통해 새로운 생태마을의 꿈을 꾸어본다.

포도 수확이 다 되고 나면 가을부터는 체계적으로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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