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창조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행 창조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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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가장 강력하고 신속한 방법 중 하나는 소비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화를 통해 타인과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BMW 자동차 동호회는 BMW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으로 이들은 같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소속감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한때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평소 BMW를 가져보는 것이 꿈이었던 청년이 있었다. 대학을 마치고 취업을 하자 꿈은 더욱 간절해졌고, 결국 무리를 해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물론 은행대출과 할부까지 껴안고 간신히 꿈을 이루고 말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대출과 할부를 갚느라고 퇴근 후에도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가리지 않고 하다보니 정작 차를 가지고 나갈 시간이 나질 않았다. 과로로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갔다. 그래도 청년은 다음 달 있을 BMW 동호회 정기모임만을 기다리며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모임에 다녀온 청년은 앓아 누웠다고 한다. 그가 만난 건 재벌2세도,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도, 벤처사장도 아니었다. 힘들게 할부금을 갚느라고 다크서클로 눈의 퀭해진 자신과 닮은 꼴의 또 다른 청년들뿐이었던 것이다.

짐멜은 상품의 가치를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학적인 현상으로 폭넓게 해석하였다. 짐멜에 의하면 인간은 같은 대상에 대하여 양립하는 감정을 갖는 본성(dualistic nature)이 있으며, 인류사회의 역사는 사회에 대한 적응요구와 이에 반하는 개인주의 사이에서의 끝없는 대립과 화합의 역사라고 하였다. 짐멜은 유행을 이끌어내는 인간행동의 원리를 동질성추구의 원리와 차별성추구의 원리, 두 축으로 설명하였다.

상류층은 자신의 부와 지위를 드러내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새로운 상품과 스타일을 창조해낸다. 하류층에서는 그것을 모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새로운 스타일이 점점 확산되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상품이나 스타일을 사용하게 되면, 상류층은 또다시 자신을 차별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스타일과 상품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이와 같이 상류층을 따라가려는 하류층의 동질성 추구의 원리와, 하류층을 따돌리려는 상류층의 차별성추구의 원리는 일정한 사이클을 그리며 유행을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건 언제나 유행하는 스타일이 젊어 보이고, 멋져 보이고,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미니스커트가 유행일 때는 미니스커트를 입어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미디스커트가 유행할 때는 또 스커트가 길기 때문에 키가 커보인다고 한다. 비록 디자인에 문외한이지만 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옛 시인이 이름을 불러주자 시인에게로 와서 시가 되었듯, 유행하는 스타일은 유행하기 때문에 늘 멋스럽고 애정이 간다. 그 이유는 우리들 많은 수가 동질성의 원리 속에서 편안한 소속감을 느끼는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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