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보약과 같다
여행은 보약과 같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03 2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얼마 전 중국을 다녀왔다.

차마고도의 시발점인 아안(雅安)을 시작으로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결정적 접전지(接戰地)로 알려진 루딩, 온천과 호수·설산 등 풍부한 자연환경과 장족·불교문화의 발원지인 캉딩, 달라이라마의 소생지로 알려진 혜원사(惠袁寺), 미인계곡으로 불리는 단파, 그리고 제갈 공명의 사당 무후사(武侯祠)로 유명한 사천성의 성도 등을 둘러 봤다.

갑작스레 추진된 여행이라 준비는 미흡했으나, 오랜 세월 마음을 함께한 지인들과의 여행인데다, 인상 깊었던 여행지의 특성 때문에 의미 있는 추억의 시간이 된 것 같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했다는 말이다.

우선 다양한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교수질 하시느라 수고 많다'고 인사했다가 한국관광객들에게 혼났다는 가이드의 말에서, 진한 향과 느끼함 때문에 식사가 힘들었던 현지 식(食)을 통해서, 차선을 무시하는 운전과 칸막이 없는 화장실이 당연시 되는 등의 현지 생활상을 체험하면서 어려움은 많았지만, 음식·언어 등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은 중국인들의 여유로움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중국은 10시간 정도 이동 거리는 '금방 도착'하는 거리라고 말한다. 10시간 정도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우리의 특성과 개념으로는 이해가 곤란한 말이었다. 하지만 취침 가능한 2층 버스로 2박3일 이상 여행하면서도, 산사태로 차량이 2~3시간 정체되는 상황에서도 조급해 하지 않는 현지인들의 느긋한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갔다. 빨리빨리 문화에 매사 급하기만 한 우리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의 미래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로 보였다. 미개발된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초원과 산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면서 더욱 그랬다. 건설, 관광 등 제 분야에서 블루오션, 퍼플오션 창출이 가능한 지역이 아닌가 생각했다. 마인드만 바꾼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이랑산을 넘으며 아찔한 고공 현기증을, 단파에서 캉딩으로 이동시 좌우의 까마득한 낭떠러지 강과 가파른 절벽을 보면서 산사태와 추락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그리고 절다산(4298m) 등 고산지대를 넘으며 심한 두통을 경험하기도 했다. 또한 이동 간에 산사태로 인한 인명사고현장도 몇 번 목격했다. 장시간 여행하면서 졸고 싶어도 졸 수 없는 공포의 아찔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다는 얘기다.

끝으로 그동안 존재가치를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음식이 느끼해서, 고산지역 두통 때문에 고생할 때 챙겨준 가족, 현지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할 때 도와준 일행들의 소중함을 절감했다는 말이다.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분과 감정으로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삶의 새로운 활력소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6, 70년대 모습을 연상케 하는 여행지의 생활환경과 광활한 자연,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즉 그동안 잊고 살았던 초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고, 잠시나마 여름의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스릴감도 만끽하게 했다. 아울러 보다 유연하게 다양한 문화와 주변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현실에 만족하고 감사해 하는 마음을 갖게도 했다. 고로 여행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보약과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