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 터졌을 때 치유해야
곪아 터졌을 때 치유해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28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전격 사퇴한 일로 지역사회에 파문이 번지고 있습니다.

언론악법 날치기라든지 세종시 편입문제 등 워낙 커다란 사건이 중첩되는 바람에 미처 눈길 돌리기조차 쉽진 않지만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대하여는 지난 10년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 행사를 주관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또한 이러한 논의에서 편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래 곪아 온 것이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우선, 공예비엔날레를 살펴보면 국내외적으로 '공예'를 선점했다는 것과 청주시 한국공예관이 자리매김하면서 공예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선점의 효과를 살려 지역 스스로 자생력을 갖고 토착화하여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데는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공예'를 내걸었으면서도 본래 생활용구로서의 실용성보다는 예술성을 중시함으로써 응용예술의 범주를 넘어, 당초 말했던 공예산업과는 거리가 멀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구동성, 매번 당장의 성과에만 급급했던 탓이라고 합니다. 관람인원이 몇십만이고 수입금이 얼마며 경제적 효과는 어떻다는 등등 평가 말입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규모가 큰 국제행사이기는 하지만 첫회부터 지금까지 내로라하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여 진행해 오다 보니 정작 지역의 공예가나 예술인들은 배제돼 불만이 팽배했고, 정체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사무총장 사퇴의 배경도 바로 '성과·치적'이 부른 공예비엔날레 내홍>이라는 충청타임즈 데스크칼럼이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지역 내에서 예술인재를 발굴하여 명망 높은 총감독이나 큐레이터로부터 배우고 익혀 자립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지금쯤 이들의 손에 의해 기획 전시 운영을 다 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아니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가야 옳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외부 전문가의 손에 좌지우지되어야 하며, 내부에서조차 티격태격 충돌이나 빚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지요.

지난 6월말 청주 KBS 시사토론에서 200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낸 오원택 교수는 "아무리 통섭의 시대라지만 공예의 고유 본질은 쓰임"이라며 공예가 아닌 타 장르가 들어오는 것을 경계했고, 예술공예 위주로 가기보다는 "산업공예, 전통공예를 우대해야 한다"면서 예술공예와 산업공예와의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였으며 "공예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비전문가인 만큼 기획에서부터 일반 시민 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새겨들을만 하잖습니까. 하여 차제에 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상설화와 인적구성, 정체성 확립 그리고 중장기 비전 설정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검토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는 공예비엔날레를 주관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할 일입니다. 문화산업진흥재단은 그 인적구성이 퍽 특이하다고 합니다. 시청 간부 공무원 출신 사무총장과 언론계 출신 간부들이 서로 그 배경이 달라서 그런지 내부갈등이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역대 청주시장선거와 이에 따른 논공행상의 결과가 아닌가 보는 것이지요.

해 묵은 상처는 곪아 터졌을 때 치유가 훨씬 쉬울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