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의 세종시 정치학
이회창의 세종시 정치학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27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시작된 세종시는 이래저래 강한 정치성을 띤다. 출발 자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치적 결단에 근거한 데다 정권이나 정당 차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세종시는 원초적으로 정치의 상수(常數)보다는 변수(變數)를 더 안을 수밖에 없다.

국회상임위에서 한나라당과 세종시 법안을 합의처리한 자유선진당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비록 상임위 전체회의가 무산되면서 본회의 의결까지는 앞으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다. 기껏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고도 법안 통과라는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당내 외의 비난이 커지는가 하면, 충북에선 당장 설 땅조차 잃을 분위기다.

특히 청원군 부용 강내면을 편입시킨 선진당과 한나라당 합의안은 충북의 바닥 민심까지 건드리고 있다. 세종시의 법적 지위가 불투명하고 현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여전한 상태에서 자칫 땅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충북의 우려는 논리가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를 기우라고 치부하기엔 세종시의 향후 운명이 현재로서도 불확실하다.

이번 세종시 논란의 와중에서 가장 역풍을 맞는 당사자는 물론 자유선진당이다. 그동안 힘들게 공을 들인 충북공략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 갈 판이다.

소문대로 야합이 됐든 아니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세종시 법안을 합의처리하고 미디어법 통과에서도 한나라당과 공조를 이룸으로써 군소정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듯했지만 안타깝게도 '3일 천하'를 넘기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진당이 전국정당으로 커가기 위해선 절체절명의 과제일 수밖에 없는 '충북에서의 입지구축'이 이번 일로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 어떤 명분을 동원해도 충북의 동의가 없는 청원군 편입은 시쳇말로 "지가 뭔데"라는 반문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세종시 법안 논란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것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정치적 역학관계다. 만약 세종시법의 합의처리에 별다른 반발이 없거나, 또 미디어법 의결의 후폭풍이 거세지 않다면 이회창 총재는 아마도 간만에 목소리의 톤을 높였을지도 모른다. 박근혜에 버금가는 정국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사실 선진당이 야당이라는 신분을 잠시 잊고 돌연 한나라당과 눈높이를 맞춘 배경엔 이회창씨의 원모(遠謀)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앞으로도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여권에 적시의 관여를 감행함으로써 나름의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착시다.

지난 대선에서 내리 세번의 패장을 기록한 그는 사실 이미 정치를 떠났어야 정상이다. 과거 전쟁사를 보더라도 전장에서 세번씩이나 패한 장수는 거의 없다. 그전에 죽임을 당했거나 자결로써 마지막 명예를 지켰던 것이다.

그가 한때, 지금 한나라당 세력의 적자로서 영남의 온실을 전전하다가 졸지에 충청에 뿌리를 박고 당을 만든 것까지는 이해하겠다. 그렇다면 그의 정치적 원력은 철저하게 '충청도'에 근거해야 한다. 제 아무리 지역 감정을 떠들어 대도 어차피 정당은 이념 못지 않게 지역성에 기생()한다.

이를 안다면 충북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청원군의 세종시 편입을 그런 식으로, 마치 '두꺼비가 파리 잡아먹듯' 날름 결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공조를 취하던 민주당이 미디어법 문제로 정신을 못차릴 틈을 타서 말이다.

청원군의 세종시 편입은 정우택 충북지사에게도 큰 딜레마다.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정 지사의 향후 정치력은 물거품이 된다. 그럴 경우 민심은 아주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요동칠 것이다. 그러잖아도 정 지사는 편입 반대의 선봉에 서 있다.

이번 파문은 세종시가 강한 정치성을 띠는 만큼 잘못 건드리면 역린(逆鱗)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