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태형동물의 추억이 가슴을 후벼 판다
대청호 태형동물의 추억이 가슴을 후벼 판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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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민물태형동물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충청지역에선 이미 금강수계인 천안 병천천을 시작으로 미호천 상류인 이월·초평·백곡저수지 등지서 발생한데 이어 남한강 수계인 달천의 괴산호와 음성천 하류에서도 발견되는 등 날이 갈수록 발생장소와 개체수가 늘고 있다.

태형동물은 무척추동물로서 물에 사는 하등동물이다. 대체적인 모습이 이끼와 비슷해 일본인들이 태형동물(苔形動物)이라 이름 붙였는데 국내서는 이끼벌레란 명칭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5000종가량 분포하나 대부분 바닷물에 살고 50여종만 민물에 산다.

민물태형동물에 관한 국내기록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일본인에 의해 1종이 보고된 것이 최초이며, 그후 1941년 역시 일본인에 의해 9종이 추가 보고됨으로써 10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이 있은지 50여년이 지나도록 국내 학자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서식사실조차도 까마득하게 잊혀옴으로써 기록은 있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생물로 치부돼 왔다.

그러던 중 대가뭄이 찾아든 1994~1995년쯤 대청호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민물태형동물이 대거 출현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학계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는 타 언론에 앞서 대청호의 태형동물 서식실태를 심찼ㅻ재 보도함으로써 수공(水公)과 충북도로 하여금 국내 최초로 전문적인 실태조사에 나서게 한 바 있다. 그 무렵에 새롭게 발견된 종이 일명 큰공(큰빗)이끼벌레라 불리는 종으로, 그로써 국내 분포종이 총 11종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목격했던 필자는 되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안게 됐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때부터 가진 첫 번째 의문은 태형동물의 발생과정과 관련한 생태적 특성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동물은 왜 매년 같은 지역에 번성하지 않고 특정 연도 특정 수역을 중심으로 집중 발생하는지가 궁금하다. 대청호 다발 때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듯이 긴 가뭄과 이상기온 끝에 출현한 것으로 보아 일단 수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측보다는 환경 생태학적으로 어떤 조건이 갖춰질 때 다량 발생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다음은 오염과의 관련성 여부다. 지난 1994~1995년 당시도 필자 등이 나서서 이 점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실태조사 보고서는 한결같이 'NO'였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대부분 청정지역보단 오염수역서 더 잘 발견된다. 지금도 그렇다.

독성 나아가 군체를 이루는 형태적 특성과 관련해 실제 피해 가능성 여부도 궁금하다. 문헌에는 일부 종의 경우 물고기를 폐사 시킬 정도의 강한 독성을 갖고 있으며 덩치 큰 큰공이끼벌레는 댐 발전소의 수로를 막아 피해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민물태형동물의 대청호 다량발생 이후 품었던 이같은 의문점들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궁금한 숙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당시 한 조사보고서의 문구가 문득 떠올라 가슴을 후벼 판다. "태형동물이 독성, 수질오염 등과 관련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는 다분히 작위적인 것임."

관계기관의 긴급 요청으로 불과 수개월만에 제출된 보고서가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싸잡아 평가한 결론부분으로, 중요한 건 이 한 줄의 평가가 아직도 유효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68년전 자신의 전공도 아닌 생소한 생물을 한반도서 발견(9종)하고는 마치 보물을 찾아낸 양 소중히 채집해다 동료학자에게 건네줌으로써 한반도 민물태형동물의 족보를 거의 완성케 한 한 일본인의 학자적인 양심, 학자적인 의욕이 돌연 부러워짐은 무슨 연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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