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타잔 박흥숙'과 세종시 편입
'무등산타잔 박흥숙'과 세종시 편입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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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2005년에 제작된 '무등산타잔 박흥숙'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비극적인 실화를 박우상 감독이 영화화한 것이다. 그러나 개봉은 하지 못했다.

줄거리를 보면 이렇다.

무등산 빈민촌에서 사는 박흥숙은 중학교를 수석으로 합격하고도 집안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하지 못한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고서를 보면서 무술을 연마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무술을 구사하는 등 상당한 수준에 이르면서 주변에서 무등산 타잔으로 불린다.

그러면서 독학으로 검정고시와 사법고시에 도전해 중고교 과정은 물론 사법고시도 합격한다. 그러나 빨치산 혐의의 할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사법고시 합격이 취소된다.

힘겹게 자신을 지탱해 나가던 그가 최후의 비극을 맞게된 것은 살고 있는 빈민촌이 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다. 철거 깡패들과 싸우다 살인을 하게되고 투옥되면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영화에서 그는 잔인한 철거반원들의 만행과 불길에 싸인 처참한 모습의 마을(빈민촌),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폭발한다. 분노는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한다. 철거깡패를 찾아나선다. 결국 박흥숙은 그야말로 잔인하고 처절한 싸움을 벌인 끝에 살인자가 된다.

이 영화는 70년대 중반 무등산 빈민들의 영웅으로 알려진 박흥숙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영화의 내용에서 그가 연좌제가 없는 2000년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법조인으로 집안을 일으키고 당당한 사회의 지도층으로 살았을 것이다.

당시 살인자로만 알려진 그가 재조명되고 있다. 걸출한 인재 한 명이 시대를 잘못 타고나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이다.

그도 개발지상주의의 희생자다. 개발논리의 비극적인 피해자다.

시대의 개발논리는 보존해야 될 환경과 역사현장에 앞선다. 때론 선민들의 삶의 터전보다 중요하고 선택의 여지를 없애기도 한다. 물론 근자에 들어서는 개발논리가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역사현장과 삶의 터전 보존을 계획에 반영시키는 등 진일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개발논리는 소수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곳에서 조상 대대로 적을 두고 살아온 사람들이 일시에 그 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왠지 서운하고 낯 선 타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충분하게 납득할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든지 아니면 그들이 선택하도록 해줘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세상에서 인간답게 사람냄새 풍기며 살아가는 도리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될 일을 굳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인간성을 외면한 개발논리 탓이다.

청원군 일부지역 주민들이 세종시에 편입되는 것이 싫다며 그냥 지금처럼 살게 해달라고 한다. 그 때문에 군수는 발이 닳도록 국회를 오가며 설명하고 애원하고 호소했다. 편입을 무조건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민투표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이유있는 호소마저도 묵살당했다.

국회의 이번 회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고는 하지만 22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 지역을 편입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대책을 마련해주고 철거해 달라고 애원하는 철거민들을 용역깡패를 동원해 때리고 겁박해서 내모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인간이 먼저가 아니고 개발이 우선인 비정한 개발논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23일 이시종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을 비롯한 충북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행정안전위원회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정우택 충북지사도 한나라당을 방문해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에게 부당성을 강도높게 전달했단다. 김재욱 청원군수와 주민 250명도 국회를 항의방문해 성토했단다.

편입여부는 당연히 해당 주민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발행위가 인간성을 저버리면서까지 진행된다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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