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사이버 테러가 주는 교훈
7·7 사이버 테러가 주는 교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1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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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창곤 <LG텔레콤 고문 전 정보통신부 차관>
   엄청난 사이버 테러가 지난 며칠 동안 우리 사회를 거세게 뒤흔들었다. 이번에는 국내 사상 최대의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청와대를 포함한 주요 정부기관 사이트와 대형 인터넷 포털, 금융기관 등의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번 사이버 테러는 과거 개인 차원의 일부 사이트에 대한 해킹 수준을 넘어서서 거의 전쟁 수준으로 대규모적이고 무차별적인 해킹 공격이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은 좀비 PC의 IP를 차단하는 방안과 개개인들이 백신 패치를 다운받아 설치하라고 권고하는 수준이다. 특히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대한 피해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문제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태를 해결해야 할 정부부처 간 정보교류도 제대로 안 되고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옥션의 경우 하루 매출손실이 74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금전적인 손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증권·인터넷뱅킹 등 사이버 경제가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경고가 전혀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지난 2003년 1·25 인터넷 대란 시에도 정부는 다시는 인터넷이 마비되지 않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인터넷 침해사고 대응지원센터를 만들고 국정원도 국가 사이버센터를 만들어 24시간 네트워크의 상태를 모니터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 그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간 것 같지 않다. 조금만 연구를 하고 대비하는 조직이 있었다면 이번 사이버 테러와 같은 유형의 공격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정부 및 사회 전반의 인식수준과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매번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크게 문제가 불거질 때만 몇몇 사람의 전문가 수준에서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이 대책을 만들어도 예산당국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다.

사이버 세상이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고 이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준비와 대응을 해야 될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국가 안보도 경제 성장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고도화된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냉엄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컴퓨터, 휴대전화, 정부 행정업무, 상거래의 기반이 사이버 상에 구축돼 이미 정부와 기업 활동 및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사이버 세상이라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준비가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보여준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지금이라도 점점 지능화, 고도화되는 사이버 세상에 대한 위협에 대해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사이버 세상에서의 새로운 질서와 가치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적합한 규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회,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고민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구성원이 스스로 룰을 만들고 스스로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더 이상 새로운 사이버 세상에서의 안전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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