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로마 트레비 분수
<184>로마 트레비 분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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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영화 '로마의 휴일' 의 한장면. 트레비 분수 앞에서 앤 공주가 미장원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미행하던 브래들리 기자의 모습과 긴 머리를 짧게 자른 오드리 햅번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은 당시 세계여성들의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각광을 받게 만들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바로 그 장소이다. 짧은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앤 공주의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은 너무나 앙증맞고 깜찍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앤 공주·브래들리 기자 핑크빛 로망스 품은

추억으로 가는 만남의 광장

1762년 완공… 로마 대표하는 기념비적 건축물

영화 '로마의 휴일' 촬영지 관광객 쉼터 자리매김


미네르바 신전과 마르첼로 극장을 지나 엠마누엘레 빅토리오 2세 기념관 방향으로 다시 걸었다. 빅토리오 기념관 앞 베네치아 광장에서 트레비 분수까지는 차 한잔 마실 거리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도심 한가운데 아름다운 분수가 시원스레 쏟아지는 별천지를 만나게 된다. 분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있어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자기 방에 하루 밤을 재워준 술 취한 여인이 영국 앤 공주라는 사실을 기사에 난 사진을 통해 확인한 브래들리 기자가 특종기사를 쓰기 위해 우연을 가장 한 체 미행하던 장소가 트레비 분수 부근이다. 트레비 분수 앞에서 그녀가 미장원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미행하던 브래들리 기자의 모습과 긴 머리를 짧게 자른 오드리 햅번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은 당시 세계여성들의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각광을 받게 만들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 바로 그 장소이다. 짧은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앤 공주의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은 너무나 앙증맞고 깜찍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스페인 광장 계단 앞 우뚝 선 2개의 탑 아래로 내려오는 브래들리 기자와 크림을 먹고 있는 앤 공주를 발견하는 장소가 트레비 분수를 배경으로 이루어져서 더욱더 감회가 깊은 곳이다.

트레비 분수는 르네상스양식의 폴리궁의 한쪽벽면을 장식하는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조각들 중앙에는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가 바다의 신 트리톤이 이끄는 조개 모양의 마차를 타고 질주하는 역동적인 조각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르네상스 건물의 육중한 돌림띠가 격렬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말 앞에는 맑은 샘물이 솟아 작은 분수대를 만들고 대리석 분수대 위에는 여행객들이 쉼터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전쟁에서 돌아오는 로마병사들 앞에 한 처녀가 나타나 그들을 샘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샘은 처녀의 샘으로 불리었다. 그 후 아그립파 장군은 이 지역을 수원으로 하여 기원전 19년에 '처녀수로'를 개통하여 로마에 물을 공급하였다. 처녀의 수로가 로마에 다다르는 지점은 세 길이 마주치는 곳이라 '3'을 뜻하는 트레(tre)와 '길'을 뜻하는 비움(vium)이 합성되어 트레비움(trevium)으로 불려지다가 트레비로 바뀌었다.

교황 클레멘테 12세는 트레비 지역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하여 분수설계 공모를 하였는데 젊은 건축가 니콜라 살비의 계획안이 당선되어 1732년 분수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 중 재정난과 니코라 살바의 사망(1751)으로 공사가 중단되었으나 1762년 기존의 설계에 따라 판니니와 델라 발레가 공동으로 완성하였다 한다. 트레비 분수는 로마를 대표하는 후기 바로크의 걸작품으로 로마를 상징하는 기념비 중에 하나이다.

날개 달린 말들의 역동적인 모습 뒤로 벽면에 장식한 아름다운 여인들의 조각상들이 트레비 분수의 환상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을 감싸주고 있다. 로마의 분수들 중 가장 아름답다는 트레비 분수는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맑고 넉넉한 기분을 안겨주고 여행에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영원의 샘물 같은 존재이다. 거대한 로마제국 유적들이나 위대한 르네상스 대가들의 작품에 경탄과 경외감에 눌려 있다가 샘처럼 맑고 투명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긴 여정의 쉼터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인 것 같다. 트레비 분수는 피로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기차를 타고 중국대륙의 유명관광지를 답사하고 둔황에서 시작된 실크로드의 긴 여정에 올랐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였다.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경유하여 중앙아시아의 푸른 초원과 사막을 돌아 마지막 종착지 로마까지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20일간 펼쳐지던 사막에서도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가고 탐스러운 포도송이와 수많은 과일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중앙아시아의 푸른 초원에서도 소와 양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코소보 산언덕에서 불에 탄 가옥이 잡초에 묻혀 있는 참상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고 베오그라드에선 도심 한복판에 포탄에 찌그러진 건물들이 아직도 방치된 채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발칸반도 기차여행과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이탈리아 반도의 답사여행은 로마에서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태평양의 물맛을 알기 위해 배를 타고 대양의 한복판까지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모금 동해바다 물맛에서도 태평양 바닷물의 짠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를 다 보지 못하였지만 로마의 공기와 분위기를 내 마음 속에 간직하고 떠날 수 있었다. 지구를 한 바퀴 기차로 여행하는 오버 더 실크로드는 미래를 도전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코스이다.

실크로드는 인류문화의 발전과 흥망성쇠를 답사하며 미래의 세계를 준비하는 안목과 기상을 기르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싶다. 우리의 미래는 넓은 세계 드넓은 벌판을 향해 도전하고 도약하는 젊은이의 기상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세계가 얼마나 넓으며 세상에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 여행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남기고자 한다.

트레비 분수 전경
위에서 내려다본 트래비 분수
엠마뉴엘레 빅토리아 2세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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