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권위가 없다
우리는 권위가 없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01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익교의 세상만사
김익교 <전 언론인>
   모내기가 엊그제 같은데 모들이 무릎까지 올라온다. 고추밭에 가지가 찢어지도록 달린 풋고추들이 기세가 등등하고 주먹만한 호박이 아이들 머리통만큼 커져 있다. 주변을 돌아보다 들리는 풀벌레 소리도 자세히 들어보면 화음이 조화를 이뤄 아무리 들어도 시끄럽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생동감이 넘쳐나는 주변을 돌아보다 문득 얼키고 설켜 소란하기 그지 없는 우리사회의 단상이 스치면서 텅 빈 것 같던 머릿속이 온갖 상념으로 복잡해진다. 오던 길로 되돌린 발걸음이 빨라지고 집 가까이 오자 주인도 몰라보고 짖는 개소리가 짜증스러운 게 잠시 신선놀음을 하다 속세로 돌아온 기분이다.

풀벌레 소리와 개소리는 이렇게 다른 것일까.

시끄러운 듯하면서 잔잔한 풀벌레소리와 악다구니를 하는 개소리를 생각하면서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국민들과 정치판을 비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갈수록 통치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멀어진다. 믿음을 얻어 따르게 하려면 국민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 이익은 곧 잘살게 하는 것으로 민심을 움직인다. 민심이 하나로 응집되려면 명령을 따라야 되는데 믿고 따르게 하는 게 권위이다. 권위가 떨어지면 민심통일이 어렵다.

케네디가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가 먼저'라고 일갈을 했을 때 온 미국민이 쌍수를 들고 받아 들였다. 똑같은 말을 우리네 위정자들이 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정치생명은 그걸로 끝일 것이다.

통치자, 정치가들이 자신있게 국민들에게 요구를 할 수 있으려면 가치관과 신념, 이상이 국민들과 같아야 신뢰를 얻어 권위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지도자들은 권위가 없다. 권위대신 표리부동과 아집, 편을 갈라 대립하는 당파만이 있을 뿐이다.

나라가 아무리 혼란스럽고 위태로워도 중심을 잡는 바탕이 든든하면 무너지질 않는다고 한다. 공자는 이것을 경제와 군사, 믿음(信)이라고 했다. 이 중에서도 믿음을 중요시 했는데 여기서 믿음은 백성들이 안심하고 의지할 지도자나 정치를 말하는 것이다.

법질서를 확립하고, 정의를 세우고, 신의를 지키면 국민들은 믿지 말라고 해도 믿고 따르게 마련이다. 이걸 못하는 위정자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벌써 7월이다. 세계 속에 대한민국 시계는 몇 시를 가리키는지, 거꾸로 도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제자리에 주어진 일을 다하는 것도 이치다. 길이 아닌 벼랑 쪽으로 길을 잡으면 추락하고 마는 것도 이치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