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거듭한 북한축구, 세계무대서도 통할까?
진화 거듭한 북한축구, 세계무대서도 통할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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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다시 세계무대에 진출한 북한 축구가 과연 통할까?

김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한 축구 대표팀이 18일 오전 3시 리야드의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8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둬 조 2위를 기록, 지난 1966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4년 만의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제 관심은 북한 축구가 과연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에 쏠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3일 발표한 6월 세계랭킹에서 북한은 106위에 그쳤다.

아시아에서도 13위에 해당하는 성적표는 그간 북한이 세계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이들의 축구가 어떤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 북한의 경기력이 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북한 선수단은 지난 2008년 2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08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월드컵 채비에 나섰다.

김 감독은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정대세(25·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축으로, 홍영조(27·FK로스토프), 문인국(31, 4·25) 등을 2선에 배치하고, 박남철(24, 4·25) 등 빠른 스피드를 가진 좌우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5-4-1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당시 조직력의 골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최대 7~8명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극단적인 수비 형태와 긴 패스에 의존한 역습 등 단순한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최종예선전부터다. 3차 예선 6경기를 통해 조직력을 가다듬은 북한은 기존의 수비 일변도 전술에서 탈피해 수 차례 카운터로 골을 결정짓는 공격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대세의 득점포가 주춤했지만, 문인국, 박남철, 홍영조 등 2선 공격진들의 움직임이 정대세의 부족함을 상쇄했고, 향상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빠른 패스 연결은 이전에 비해 활기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게 하는 원인이었다.

결국 북한은 한국과의 최종예선 B조 2차전을 1-1 무승부로 마쳤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4차전 홈경기도 1-0 승리로 장식하는 등 달라진 면모를 과시, 결국 월드컵 본선까지 직행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력이 경기를 치를 때마다 나아지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본선에서도 이 위력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체력 싸움에서 다른 팀에 크게 밀리지 않았지만, 단순한 공격 루트와 정대세가 고립될 수밖에 없는 원톱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어 아시아팀보다 훨씬 강한 수비라인을 자랑하는 타 대륙 본선 진출국과의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스트11 외의 백업자원이 부족한 점도 매 경기를 힘들게 치르게 될 본선에 나서는 북한의 성공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북한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장기 합숙을 십분 활용, 조직력 극대화 및 전술 보완을 이룬다면 호성적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대세와 안영학, 홍영조 등 해외파들이 틈틈이 훈련에 참가하며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다면 호흡에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인 국제무대 경험 부족은 본선까지 남은 1년 동안 평가전 및 국제대회 참가 등 많은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조금씩 키워가는 방법이 최선이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월드컵 준비에도 차질이 예상되지만, 아시아 예선 참가 중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에서 보듯이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을 것으로 보여 본선까지의 준비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44년 전 '사다리 전법'을 앞세워 세계를 놀라게 했던 선배들의 뒤를 잇게 된 북한 대표팀이 과연 남아공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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