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년에 대한민국인구가 30만명?
2300년에 대한민국인구가 30만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9.06.11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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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지난해 11월 초, 증권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가 삼천리자전거에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있으니 그 이유를 밝히라는 것. 당시 삼천리자전거는 보름여 동안 2900원이던 주가가 6500원을 훌쩍 뛰어넘어 100% 이상 폭등한 상황이었다.

요구를 받고 회사측이 이튿날 주가급등사유에 대한 공시를 했다. 답이 '걸작'이다. "당사는 최근의 현저한 시황변동(주가급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으로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결정된 사항이 없다."

이걸로 끝이었다. 선문답도 보통 선문답이 아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정답은 '대통령이 온 국민의 자전거 타기 생활화를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9월 2000원대에 머물렀던 주가가 무려 3만7000원대까지 폭등했다. 이후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도 어제 시장가격이 2만1650원이나 할 정도로 무려 1000%정도 올랐다.

이른바 대통령의 이름자 이니셜을 딴 'MB 테마주'의 위력이다. 자전거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은 이후에도 수소에너지, 4대강에 이르기까지 테마주를 만들어 나갔다. 관련 주식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있은 후로 모두 폭등세를 보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저출산주가 뛰어오르고 있다. 대통령이 사흘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뒤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하자 관련 주식들이 또다시 폭등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을 놓고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행정청에서의 주도면밀한 검토와 입안이 없는 상황에서 던져지는 말이라 다소 경솔하기는 해보이긴 하지만 이번 저출산 문제 언급은 제대로 짚은 것 같아 환영이다.

대통령은 지난 9일 '아이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여기에다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만 해서도 훌륭한 대학을 가고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 교육제도로는 아이를 2명, 3명 낳을 경우 맞벌이를 해도 대학에 보낼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저출산 풍조의 원인까지 진단했다.

그런데 이날 나온 정부 각 부처의 저출산 대책을 보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보육료 지원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3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 우대 주택공급, 인공 수정 시술비 지원 등이 부처별로 나왔는데 역시 핵심은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교육이다.

고교 때까지 기본 학비는 감당한다 치더라도, 학원비, 과외비 등 사교육비를 대려면 보통 한 가계 살림의 30~40% 정도가 교육비로 지출된다. 대학 등록금은 어떤가.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에 육박해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고 있다. 학생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몇푼으로 등록금과 하숙비, 생활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지경이니 아이낳기가 겁날 만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쌍당 1.19명. 4년째 세계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9년후인 2018년부턴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면 300년후엔 인구가 불과 30만명밖에 남지 않는다. 저출산 풍조를 국가 재앙으로 여기는 특단의 대책, 특히 교육비 부담을 완전히 없애주는 기발한 묘수가 이 정부에서 나와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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