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基督敎)인의 윤리
기독교(基督敎)인의 윤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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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모충동천주교회 주임신부>
   우리는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아주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이수한, 시릴로, 부모의 아들, 누구의 형, 동생, 천주교신부, 꽃대교수, 복지관 관장 등 아주 이름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에는 항상 의무가 주어집니다. 즉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든 거기에 걸맞은 삶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사람다워야 하고, 자녀다워야 하고, 신부다워야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윤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독(基督)이라는 말은 그리스도를 한자(漢字)로 음역한 것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기독교인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인은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그리스도란 '기름부음 받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메시아를 가리킵니다. 유대인들은 사제, 예언자, 왕을 기름 부어 축성했으며 따라서 그리스도란 사제요, 예언자요, 왕이신 메시아를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임을 고백하고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살겠다고 서약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사제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을 신께로 인도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을 통해 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야만 합니다. 부모자식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이웃간의 사랑을 통해 신의 인간 사랑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예언자란 신의 말씀을 맡아 전하는 사람입니다. 신의 힘을 빌려 앞날을 미리 맞히는 예언자(豫言者)가 아니라 신의 말을 대신 전하는 예언자(預言者)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또한 왕은 세상에 군림하는 전제 군주적인 왕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다시 말해 섬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신앙인들이 신에게 잘 보여 복을 받고자 하는 기복적인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믿는 바를 실천을 통해 드러내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하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신앙인의 윤리라 하겠습니다.

기독교인의 첫 번째 사명은 복음 선포입니다. 복음 즉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삶을 통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삶을 통해, 이웃을 섬기는 봉사의 삶을 통해 기쁨을 전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인의 윤리인 것입니다.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또한 한 무리의 그리스도인들을 인도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윤리적인 삶을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봅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얼마나 충실히 그 직무를 수행해 왔는지를 반성해 봅니다.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와 중심이 정치, 경제, 종교, 사회복지 그 어디이든 나름대로 이 사회를 위한 기능이 있을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와 윤리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윤리적인 사람들이 될 것이고 그만큼 혼돈 속의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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