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의 일편단심
영동군의 일편단심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9.06.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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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혁두 부국장 <영동>
   연전에 영동군이 영동대학교에 도심 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용역을 위탁한 적이 있다. 발주 예산은 300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용역결과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었다. 책자의 3분의 1이 독일 함브르크와 미국 시애틀 등 영동군과는 환경이 판이한 외국 대도시 사례들로 들어찼다. 제시된 대안들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먼 공허한 발상들이었다. 이를테면 읍내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지하주차장을 만들자는 식이었다. 엄청난 예산도 문제지만 초등생과 유치원생들이 차량들과 함께 학교를 드나드는 광경을 상상하노라니 기가 찼다. 담당 직원들도 업무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혀를 찼다.

이후에도 영동대는 영동군이 발주하는 연구용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용역결과가 시책에 반영돼 성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영동대에 대한 연구용역 발주가 결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간의 용역결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있었다면 용역기관을 바꾸는 것이 상식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대학 지원시책의 하나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지역경제와 인구유입 등에 대한 대학의 기여도를 볼 때 지자체로부터 이 정도의 답례는 받을 만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영동군의 영동대 지원에서 연구용역 발주가 차지하는 몫은 새발의 피다. 일일이 꼽자면 두 손가락도 모자라지만 군립노인전문병원과 군립수영장은 민간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될 정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교내에 지어주고 운영권도 모자라 수십억원씩의 예산과 함께 사업시행권까지 맡겼다.

문제는 영동대가 영동군의 줄기찬 성원과 배려에 전혀 부응을 못한다는 점이다. 연구용역은 그렇다치고 대규모 시설 지원에서도 시행착오가 거듭됐다. 노인병원은 위탁기관 공모 당시 대학이 당초 예정지를 도면에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엉뚱한 바위산에서 병원을 짓는 우를 범했다. 공기는 고무줄처럼 늘어나 국비를 확보한 지 4년 만에 병원을 준공하는 거북이 공사가 됐다. 군립수영장은 정구복 군수가 공약으로 제시해 지역 초등학생들까지도 관심을 가졌던 군의 숙원사업이다. 영동군이 위탁받아 지난해 착공했으나 현재 한 달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대학이 선정한 시공사가 수개월치 노임을 체불해 인부들이 현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부실한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장 관리도 허술했다는 얘기다. 지역에서는 무능한 기관에 전권을 맡긴 영동군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론의 요점은 대학에 대한 일방적 지원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동군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영동군은 최근 5000만원을 들여 '영동포도 역사자료집'을 편찬하기로 하고 이를 영동대에 맡겼다. '영동포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역사적 자료를 발굴해 포도산업 발전에 소중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발간 목적이다. 영동포도 변천사, 시대별 재배현황, 재배기술 등 방대한 자료와 학술적 연구결과를 담겠다고 했다. 포도농업 현황이나 재배기술 등을 담은 자료집이 어떤 식으로 포도산업에 기여할지도 의문이지만,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대학에 대한 영동군의 '일편단심'이다. 거듭된 실책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줘도 시원찮을 판에 떡까지 쥐어주며 기죽지 말라고 등을 두드리는 모습에서는 유대가 아니라 유착의 냄새가 풍긴다.

지금처럼 원칙없는 일방적 퍼주기가 계속된다면 대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동군의 지원이 대학의 역량을 키우는 긍정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군이 지원의 결과를 엄정하게 평가하고 대응하는 원칙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영동군의 여론을 거스른 짝사랑이 계속된다면 정치적 거래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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