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냄새나는 4대강 사업
'인스턴트' 냄새나는 4대강 사업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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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정부가 8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과연 '생명이 깨어나는 강'이 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이 여러 논란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우여곡절 끝에 확정 발표된 내용을 보면 사업 효과, 방식, 예산조달 가능성 등은 여전히 적정성을 의심 받는다.

물부족 현상 해소, 가뭄 대비를 위한 충분한 수자원 확보가 이 사업의 기본 취지이고, 빈발하는 대규모 홍수에 대비하려면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당초 12개에서 16개로 늘어난 '보(洑)' 규모와 하천 준설 규모는 대운하 사업 1단계 공사가 아니냐는 환경단체의 공격에 직면했다.  이는 생태계 파괴, 수질오염을 야기할 것이라는 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꺼번에 전국 4대강 본류와 지천 곳곳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될 판인데 사업이 하천과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민한 흔적은 찾아 보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나 하천 주변지역 문화재 조사 등이 그것인데 환경단체 외에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차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서둘러 성과를 보여줘야할 입장이어서 환경영향평가는 장애물이고,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 절차와 방법을 간소화하려는 시도까지 있다. 몇년 전 수해지역 복구공사 현장에 나간 일이 있는데 하천 주변 사유지가 공사의 걸림돌이었다. 토지주들이 선뜻 보상에 응하지 않아 긴급한 공사의 경우 강제수용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그럴 듯하게 들렸다.

그러나 현장만 벗어나면 금세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누구든 인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긴급을 요하는 공사도 그런데 4개강 살리기가 그 이상의 것인지 정부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전국 지자체들은 한동안 정부 장단에 맞춰 사업비 확보에 혈안이 돼 있었고, 이런 분위기 탓에 사업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내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단체장들은 뭐라도 하나 건져야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15일 발표된 추정사업비는 13.9조원이었는데 3조원이 증가한 16.9조원으로 늘었다.

'예산 확보=단체장 치적'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서 지자체들이 사업 확보에 나선 결과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북도만해도 91건에 6조1163억원 규모의 사업을 정부에 건의했다. 사업을 급조해 전국 지자체들이 요구한 사업 물량은 98조원 규모였다. 한 건 해야한다는 지자체들의 강박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수치인 셈이다.

정부의 지역설명회 이후 목소리를 높였던 일부 지역 사업은 결국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통상적인 하천정비 사업을 슬쩍 끼워 넣거나, 농촌공사가 장기 계획을 갖고 추진중인 저수지 제방 높이기 사업까지 몸집 불리기용 또는 지자체 입막음에 동원됐다.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단체장들이 확보했다며 내년 선거 공보물에 게재할 4대강 살리기 사업비를 모두 보태면 얼마가 될지 벌써 궁금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한 건 하자'는 식의 사업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된 점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들은 과연 당당해 질 수 있을까 꼽씹어 봐야 한다.

생태계 보전과 수질 향상, 녹색 휴식공간 제공이라는 사업 본래 취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토목공사 업체들만 배불릴 것이라는 비난은 환경단체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도로, 교량과 달리 하천에 손을 대는 토목공사가 환경에 미칠 영향은 이 분야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짐작하기 충분하다.

6개월만에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막대한 예산과 전 국토에 걸쳐 진행될 사업임에도 마치 인스턴트 음식 홍보물을 대하는 듯한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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