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트라야누스 황제 기념 원주
<178> 트라야누스 황제 기념 원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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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트라야누스 황제 기념 원주에 새겨진 부조들.
신처럼 살다간 황제 죽어선 예술로 남다

113년 다키아지역 정벌 기념위해 건립

높이 28.77m·2500명 인물부조 새겨


트라야누스 황제의 원주는 20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아하고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기념관 양쪽 정상에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몰고 날개를 펴고 하늘로 비상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상을 바라보며 로마까지 무사히 올 수 있게 한 여신에게 감사를 드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기념관 우측 도로를 건너 트라야누스 공회장 유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가로수를 건너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두 줄로 늘어선 원주 기둥과 정면에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솟은 트라야누스 황제 기념 원주가 솟아있다.

트라야누스 황제의 공회장에 서 있는 이 원주는 113년 현재 루마니아 지방인 다키아 정벌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한다.

주변 공회장 터에는 커다란 원주 기둥과 건물초석들의 잔해만 과거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것에 비하면 트라야누스 기념 원주 기둥만은 2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화려하고 장려한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원주의 높이는 28.77m로 이 공회장을 세우기 위하여 깎아버린 언덕의 높이와 같다고 한다.

고대 로마인들의 건축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으로 아래에서 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물 세 바퀴를 돌아 오르는 긴 나선형 원주로 총 길이 200m에 둘러진 2500여명의 인물 부조들이 새겨져 있다.

다키아 전쟁의 상황과 로마인들과 다키아인들의 당시의 풍습과 상황들을 생생하게 묘사해 놓았다. 원주 상단에는 트라야누스 황제의 조각상이 있었으나 1587년 교황 식스투스 상으로 바꾸었다가 지금은 베드로 성인 상으로 변해있다.

2천 년 전의 고대 로마제국의 유적과 20세기에 완성된 엠마누엘레 기념관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현대와 고대 유적을 공유하고 있는 경관이다.

엠마누엘레 기념관에서 콜로세움으로 가는 도로변에는 수많은 고대 로마제국의 유적 터가 펼쳐져 있으며 현재도 계속 지하에 묻혀있는 유적지를 발굴하고 있는 중이다.

트라야누스 공회장의 울피아의 바질리카(공회장)의 텅 빈 원주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아는지 무심히 허공을 받치고 늘어서 있다. 공회장 옆의 트라야누스 시장터의 넓은 반원형 현관에는 많은 상점들로 둘러 싸여 있고 텅 빈 옥상과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중심지의 잔재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건물들이 오수에 졸고 있는 듯하다.

눈부신 햇살아래 어지러히 흩어져있는 작은 대리석 조각들이 뒹굴고 인적 없는 건물엔 굳게 닫힌 대문과 구멍 뚫린 창문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2천년의 정적이 시공을 가로질러 땀방울로 스며들고 있다.
트라야누스 황제가 현재 루마니아 지방인 다키아 정벌을 기념하기 위해 조각가 아폴로 도루스에게 명해 세운 광장.

베네치아 광장에서 콜로세움을 향해 황제들의 공회장을 걷노라면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후 고대 로마제국의 폐허가 된 유적들이 길 양편으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트라야누스 황제 기념 원주 상단부의 베드로상.
길 오른편 도심 주변 땅 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문화와 영광을 상상하면서 형언키 어려운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지상은 보통 500년 이상의 건축물들이고 지하의 유적들은 기원전 4세기에서 비잔틴 시대인 6세기까지 천년동안의 역사를 간직하고 온몸으로 역사의 잔해를 보여주는 로마는 지상의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도시이다.

로마를 떠나는 마지막 날 저 역사의 흔적과 뒤안길을 어렴풋하게나마 상상을 하면서 망설임과 미련을 간직하게 되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격언이 더욱 실감나게 하는 도시의 전경이다.

파리나 런던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그런 거대하고 웅장한 역사의 숨결이 수십 미터 땅속 깊이 파묻혀 발굴되고 있는 유적 속에서 그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로마시대의 중심지 로마 공회장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말문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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