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메신저 '기부'
희망 메신저 '기부'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9.05.25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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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안병권 부국장 <당진>

수감생활 27년의 넬슨 만델라. 그는 다른 정치범들과 마찬가지로 D급 죄수였다. 최악의 정치범인 D급 죄수의 면회는 6개월에 한 번, 편지도 한통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최소한의 권리밖에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공부를 할 시간은 물론이고 시계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스스로 달력을 만들어야만 했다.

감옥의 작업 환경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노동의 강도는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노동과 함께 눈부신 햇빛은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3년 뒤에야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그때도 죄수들이 선글라스 값을 치러야 했다. 교도관은 채석장에서 6개월 동안만 일하게 될 거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13년이었다. 어쨌든 채석장에서 일하는 죄수들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만델라는 날마다 작업 현장까지 걸어서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즐겼다.

투옥으로 14년간 만나지 못한 맏딸이 자녀를 낳았다며 면회를 하는 자리에서 손자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만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맏딸은 그 쪽지를 조심스럽게 펼쳐 보고는 종이에 얼굴을 묻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종이에 묻은 잉크가 눈물로 얼룩졌다. 거기에는 손자의 이름이 '아즈위'(Azwie, 희망)라고 적혀 있었다. 고난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진 순간이었다.

'희망지킴이' 캠페인이 전국에 한창이다.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희망지킴이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천사가 되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00만 희망담기 저금통 전달식에 이어 저금통을 뜯어 동전을 모으는 '희망릴레이 돼지잡는 날'을 정해 모금액 전액을 사회 소외계층 지원에 쓰이도록 한마음 한뜻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억만장자 '기부천사'들이 이달 초 뉴욕에서 극비리에 회동했다. 세계 최고갑부 1위에 올라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등이 자선활동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빠듯한 개인일정을 미루고, 한자리에 모인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위기 속에서 자선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부하는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뭔가 깜짝 놀랄 만한 큰 그림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게이츠와 버핏의 초청으로 성사된 회동에 참석한 사람들이 지난 1996년 이후 자선사업에 기부한 돈을 모두 합치면 무려 700억달러(약 87조원)가 넘는다. 그렇기에 이번 회동에 대해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드러내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사례다. 돈이 많거나 먹고 살 만해서 기부를 하는 게 아니다. 기부할 돈이 따로 있는건 더 더욱 아니다.

사는 게 팍팍해도 따뜻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려는 기부천사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다. 나눔은 역설적이다. 남에게 많이 나눠 줄수록 자신도 많이 갖게 된다.

작은 온정이 모여 커다란 기적을 만든다. 희망과 행복을 나누는 바이러스가 기부다.

기부는 부와 명예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심어린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부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개개인이 베푼 작은 온정이 모여 절망으로부터 이들을 구원하는 희망의 빛이 된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반짝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동참으로 희망과 나눔의 장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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