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할아버지 '행복한 새인생'
노예할아버지 '행복한 새인생'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9.05.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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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입소 양치질 등 기본생활 배우며 새삶
종사자들 농담에 "여기가 내집여~" 손사래도

지난 22일 오전 11시40분. 청주 외곽의 한 사회복지시설. 일명 노예할아버지로 불리며, 의도하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한수씨(60대 추정·사진)를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160에 60도 안돼보이는 왜소한 체격에도 식당에서 파는 공기밥 2~3그릇은 족히 담겼을 듯한 밥과 별미로 준비된 카레를 비빈후 막 숟가락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묻어 있었다.

이 시설 원장 김태일씨(61)는 "입소한 지 한 달여가 됐지만 이씨가 아직 상당히 많은 양의 식사를 한다"며 "이같은 현상은 불규칙적인 식습관과 고된 노동에 따른 생활습관이 결합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치를 마친후 또래의 생활자와 함께 만난 이씨는 이전의 생활과 현재의 변화된 생활들을 전혀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일반적인 대화가 힘든 상황이었다.

김 원장은 "입소했을 당시 이씨는 좌변기를 사용하거나 뒤처리를 하는 방법, 양치질 등의 기본적인 생활양식을 전혀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현재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다"고 전했다.

"이제 모내기할 때가 됐는데 전에 살던 집에 가야하지 않냐"고 시설 종사자가 농담을 던지자, 이씨는 "내집이 여긴데 가긴 어딜 가냐"며 손사래를 쳤다. 전에 살던 곳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돌아가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잠재의식이 발동한 듯했다.

이후 숙소를 보여준 이씨가 시설 종사자에게 "방이 너무 더워"라는 한마디를 남긴 뒤 안내한 곳은 자신이 소일거리로 하고 있는 쇼핑백 손잡이(끈)를 매듭짓는 공동작업장.

시설 관계자는 "농사일을 하던 손이라 매듭짓는 일을 처음 가르쳤을 때 많이 어려웠다"며 "아직도 따뜻한 방이나 뜨거운 국을 보면 '뜨거워'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작별인사를 하던 이씨는 "다음에 비오는 날 돼지고기(삼겹살)하고 막걸리 사와"라는 말과 함께 한없이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편 이씨는 지난 5일 한 방송사의 고발프로그램에서 '차고에 사는 노예'로 소개되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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