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지역과 함께 부활하라
하이닉스, 지역과 함께 부활하라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9.05.19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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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경제부장
   25조8307억원.

기업 공모 규모로 사상 최대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유상증자에 몰린 돈이다. 지금까지는 2007년 삼성카드의 기업공개 당시 기록한 17조원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그 기록을 하이닉스가 깼다.

지난주 유상증자의 성공에도 하이닉스는 반도체 후공정 라인을 중국에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지난 18일 단행했다. 사내 운동장은 사치다. 생산라인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무엇이든지 가져가라는 것이 하이닉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다. 전 사원들은 한국 기업 사상 처음 무급순환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긴축경영 때문인지 세계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에서 하이닉스가 서서히 승기를 잡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주력 생산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바닥을 찍고 동반 상승하면서 그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하이닉스의 주변 환경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상반기 낸드플래시 주력 제품인 16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고정거래가격은 4.30달러로 지난달 하반기 3.80달러에 비해 13.2%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4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7월 상반기 이후 10개월 만이다. D램 주력 제품인 1Gb 667㎒ DDR2 D램 고정거래가격도 이달 상반기에 1.06달러로 4월 말에 비해 12.8% 상승했다. 지난해 7월 2.37달러까지 올랐던 데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해 최저점(0.81달러)에 비하면 31%가 오른 셈이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액(1조원)을 대부분 D램 쪽에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계획을 수정해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청주 M11 공장의 생산량을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월 3만5000장에서 5만5000장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하이닉스가 지난 13~14일 이틀간에 걸쳐 발행한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이 대성공을 거뒀다.

하이닉스는 지난 1월에도 7000원대였던 당시 주가보다 30% 낮은 5400원에 3000억원 규모를 신규 발행하면서 5조원 이상이 몰리는 등 1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된 바 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인수작업에 나선 것을 계기로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현대건설 등 범현대가의 옛 계열사 되찾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떠오르면서 범현대가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주변의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이런 긍정적인 면이 요즘 상당히 부각되면서 지역내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옛 금성일렉트론을 시작으로 LG반도체를 거쳐 현대와의 빅딜이라는 고통을 이겨내고 현대반도체에서 하이닉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우여곡절 끝에 청주와 연을 맺고 있다.

지역민들이 갖는 관심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때는 충북수출의 40%까지 차지할 정도로 충북경제에서 비중이 높다. 종업원수만도 5600여명에 달하고 주변 협력업체 30~40개가 인근에 포진해 있다. 어려울 때는 주식갖기 운동까지 펼쳤고, 공장 유치에 대규모 궐기대회도 했다. 지역 경제사에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 하이닉스다.

그런 하이닉스가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번 위기극복을 계기로 좀 더 지역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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