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은 두려운 날인가
스승의 날은 두려운 날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5.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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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금란 교육문화부 차장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나 학부모 모두 마음이 편치않다.

학부모는 자식 맡겨두고 입을 싹 씻어도 되는지 아무개 엄마는 뭘 선물했는데 그만큼 준비해야 하는지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교사는 교사대로 이맘때면 '오얏나무 밑에서 갓 고쳐 쓴 꼴'처럼 학부모들 눈에 촌지선생으로 비칠까 가시방석이다. 몇해 전만해도 이런 우려 속에 스승의 날 휴교를 하거나 체육대회 행사를 치르는 학교도 많았다.

이런 사실을 반영하듯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16개 시·도 교육청에 촌지근절을 위한 자율노력 강화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지침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 "촌지문제를 해결하려면 적발과 처벌만이 아니라 일선 학교의 자율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며 "교사가 직접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촌지근절 방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스승의 날을 전후해 촌지근절을 위한 교육계의 자율적인 노력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현장을 살펴보고 촌지근절 대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촌지를 대놓고 주지도 않지만 대놓고 받지도 않는데 현장을 둘러본다고 뾰족한 수가 나올까 싶다.

충북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촌지근절 지침을 시달하고 학교마다 '우리학교에서는 촌지 및 금품수수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지난해까지는 받았지만 올해만 안받겠다는 말로 들린다는 친구의 말이 농담은 아닌 듯싶다.

스승의 날이 되면 지은 죄 없이 죄인이 되는 현실에서 최근 영동에서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려다 함께 숨진 교사나 제자의 어려운 형편을 안타깝게 여겨 자신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한 부부 교사 이야기는 스승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주니까 받고 요구하니 준다는 촌지보다는 성인이 된 제자가 보내온 편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제자의 목소리를 더 값진 선물이라고 여기는 교사들은 많다. 이들은 오히려 스승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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