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5.07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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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영화 '박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을 달군 배우 송강호의 노출 신(scene)부터 개봉 후 박찬욱 감독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갑논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박쥐는 박찬욱과 송강호라는 걸죽한 영화계 인물의 합작품이란 점에서 높은 기대를 모았다. 이러한 기대치로 영화는 개봉일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하지만 평가에선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선정적이다, 감각적이다, 재미없다, 심지어 뭐냐는 알 수 없는 반응까지 관객의 평가는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박찬욱이었기에 가능하다는 관람평부터 각 배우들이 주는 캐릭터에 대한 분석 또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논란을 점화한 송강호 배우의 노출 신(scene)도 영화 속에 녹아들면 잠잠해졌다.

영화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쥐는 불편하다. 핏빛이 그렇고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들이 그렇다. 영화 도처에 깔린 난해한 코드들은 관람자를 배려하지 않는 퍼즐과도 같다. 두 시간여 동안 지루함을 주기도 하고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 가끔 웃음을 주기도 하고, 급격히 전환된 장면이 연출돼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 불편함들은 인터넷 세상으로 그대로 옮겨와 다양한 생각의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의 의견 충돌은 긍정적이다. 언어의 무절제가 문제점이긴 하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하나의 장을 통해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계층이 소통하고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자발적 건강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영화 박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즈음 서울시청 앞에서는 집회에 관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노동절과 촛불집회 1년을 맞아 열린 집회에 대해 경찰이 강경진압으로 대응한 것이다. 집회에서 벌어진 충돌에 대한 의견도 상반되는 입장을 보여줬다. 집회를 좌파단체로 몰아가는가 하면, 정부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을 갖고 누구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 맥빠지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성숙한 사회로 진입했다고 믿었던 생각들이 꺾여지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서로 다른 시각의 주장이고 보면 이번 서울시청 앞 사태도 각자 시민의 판단에 맡겨질 것이다.

그러나 방송매체를 통해 보인 우리의 현실은 혼란스럽다. 80년대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2009년에도 버젓이 서울 한복판에서 재현되고 있는 장면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여기에 상반된 주장과 논란으로 가중될 혼란이 오히려 시대역행으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내포되어 있다.

영화 박쥐가 불편했듯이 이번 서울시청앞 사태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영화 박쥐는 예술적 감각의 불편함이었지만, 물리적 충돌이 주는 불편함은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래서 인터넷 상의 논란이 건강성을 찾아가는 중이라면 우리의 현실은 과거로의 회귀 중이란 생각이 든다.

사회는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생각도 다르고 생김도 다르고 뜻하는 바가 다르다. 그래도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야말로 성숙한 사회요, 건강한 사회다. 인터넷에서 펼쳐지는 다양성이 건강하게 받아들여지듯 정부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열린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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