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과 어버이날
1박2일과 어버이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0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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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정규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전방위로 안방극장을 공습하고 있다.

'1박2일'을 비롯해, '패밀리가 떴다' 등의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라는 '무한도전'을 무색하게 하면서 주말 안방 시청률의 판도를 바꾼 채 점차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의 하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가 어느 사이 리얼이 무색하게 사전의 약속이 이루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눈속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고, 게다가 본래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주말 저녁시간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방송된 1박2일의 어처구니없는 장면은 현재 우리나라 방송제작진의 기막힌 사고방식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큐형식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허울 좋은 포장을 했다고 해서 사실적 묘사만을 해야 한다는 건 물론 아니다.

1박2일이 국내의 관광을 홍보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거나,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인간적 교류의 본질을 새삼 새롭게 한다는 기획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그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위 복불복 등의 게임은 당연히 프로그램의 흥미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살표를 엉뚱하게 그려놓고 공정한 경쟁을 기대한다는 것은 시청자들만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라는 점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아닌가.

더구나 인서트로 분명하게 전하는 담당 PD의 '운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은 편법과 불법, 탈법이 난무하는 세태를 더욱 부추기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이런 작태를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대에 버젓이 편성되고, 그런 제작자의 무책임한 말까지 덧붙여지는 현실에서 텔레비전은 과연 무엇이며, 공영방송은 과연 그 이름이 필요한 것인가.

몇해 전 어느 전자제품 회사는 텔레비전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설정하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텔레비전을 통한 가족의 훈훈한 일상을 소개하면서 어느 사이 생활의 핵심 일원으로 자리 잡은 텔레비전의 위력을 새삼 강조한 광고로 손색없다.

텔레비전은 이제 우리 생활과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텔레비전의 전원을 켜며,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직장에서도 텔레비전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심지어 휴대폰이나 모바일 텔레비전을 통해 이동 중에도 TV에 시선을 빼앗긴다.

때문에 우리의 2세들은 자연스럽게 텔레비전과 교감하면서 태교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텔레비전은 가족이 둘러앉던 원형의 공간적 구성을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한곳만 바라보는 직선의 구조로 바꾸어 놓았고, 따라서 당연하게도 가족끼리의 대화나 소통은 서먹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파괴력을 지닌 텔레비전이 1박2일의 경우에서 보듯 화살표라는 엄연한 제시가 정당한 경쟁력의 잣대를 왜곡하는 데 있다.

아무리 놀이라지만 정당성을 부정하는 기준을 별다른 책임의식 없이 내보이면서 시청자들은 그저 이를 보면서 낄낄대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은 치졸하다.

지금 TV(1박2일)는 역설적으로 세상에 정당한 경쟁은 없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한경쟁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이라는 점을 가르치려 하는 것인가.

그러니 두려워 말라.

텔레비전은 그냥 TV일 뿐이고, 오늘 아침 가슴에 달거나 달아드린 카네이션 역시 가식이 아닌지, 그리고 (텔레비전을 제외한)가족은 그야말로 참된 사랑을 주고받는지를 되돌아 봐야 하는 어버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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