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
'지금'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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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언젠가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된 '56점짜리 인생'이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가장들이 자식들과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버지들은 50.8%가 자식이 고민거리가 있으면 자신과 논의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자식들은 4%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아버지가 어쩌다 일찍 귀가하면 저녁식사 시간이 가시방석이다"는 반응을 보인 아들도 있었다. 아버지가 생활비의 95.6%를 부담하는 희생적인 삶을 살고 있음에도 자식들이 준 점수는 56점밖에 안됐다.

아버지들에게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가혹한 점수다. 가족들을 위해 등골이 빠지게 고생하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 하는 생각에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자식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자식들이 아버지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함께 있으면 부담스러운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나도 어린시절 그랬다. 지금 우리 자식들도 그렇다. 대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고 본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친근감을 가지고 다가올 수 있도록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즉 부모가 아닌 자식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고 배려하며 포용해야 한다. 그리고 열린 마음, 열린 자세로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소통하는, 끌리는 부모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은 기대가 너무 큰 것이 문제라고 본다. 부모가 요구하는 대로 하기를,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얘기다. 즉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 이만큼 노력했는데 너희들은 왜 그 모양이냐'는 식의 생각. 바꾸자는 것이다.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만큼은 잘살 수 있도록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의 본능이기 때문에. 따라서 자식들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터(Mentor)의 역할은 충실히 하되, 믿어주고 기다려 주고 결과에 만족하자는 얘기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식들의 언행이 원칙(울타리) 내에서의 자발적, 창의적인 것이라면 간섭보다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정의 달 5월이 왔다. 어린이·어버이·부부의 날 등 '가족의 날'이 집중된 달이다. 단 하루라도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살라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생각해 본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들의 생각보다는 내 잣대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가장으로 살았던 것 같다. 가족들의 말없는 불만이 있었음에도, 언제나 이성으로 감성을 누르는 식이었다. 물론 가정생활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때다. 자식들이 성장했고 환경도 변했다는 얘기다.

가족이란 얽히고 설킨 가정이라는 생활공간에서 함께 사는 관계로,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자신의 의지대로 안되는 존재다. 그래서 가끔은 야속한 존재이기도 하다. 즉 가족이란 설명이 힘든 묘한 존재고 관계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은 인정해야 한다. 서로가 다름을, 내 잣대만이 정답이 아님을, 원하는 대로 다 되는 것만이 행복이 아님을. 그리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음이 행복임을. 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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