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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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3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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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중겸<경찰 이론과실무학회장·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오늘날 우리는 편한 세상 산다. 어디 가고 싶으면 뭐 고민할 거 없다. 인터넷이 경로 알려준다. 내비게이션이 최단거리를 안내한다. 휴게소 야바위나 교통사고 사기꾼만 주의하면 된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양 가는 길목에는 도둑떼가 진을 쳤다. 무리지어 가도 털렸다. 도회지로 이어지는 곳에는 어느 나라건 출몰했다.

영국의 허브공항 히스로. 예전에는 highwayman이라는 노상강도의 활동거점이었다. 런던으로 가려면 꼭 지나야 해서 득실댔다. 18세기에 교수형 당한 자만 250명이 넘는다.

도로는 사람과 물자 왕래의 기본시설이다. 문물의 통로다. 역사는 유구하다. 로마인이 오늘날 유럽 간선도로의 대부분을 건설했다. 로마군단이 군인이자 건설일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어느새 범죄자의 서식지가 됐다.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는 기발한 도둑퇴치대책을 내놨다. 길 양쪽 60미터 이내의 나무를 다 베어 버리라 했다. 모든 도로에 시행했다.

그렇다고 없어졌는가. 천만의 말씀. 도둑지도까지 나왔다. 1553년에 나온 프랑스 도로 안내서. 여행정보로 도둑잠복 가능지역 리스트를 실었다.

지도 map의 어원은 라틴어 마파(mappa)다. 뜻은 천 또는 냅킨. 당시에는 거기다가 대충 그려서 사용해서다. 고급용은 양피지를 이용했다.

지도제작은 위험한 사업이었다. 지금은 인공위성 사진이 밑그림. 전에는 직접 답사해서 측량하고 제도했다. 적국의 스파이로 몰리기도 했다. 정확도가 생명. 돈도 많이 들었다.

자동차시대를 겨냥한 지도도 출현. 프랑스의 타이어회사 창업자 미쉐린 형제 중 동생의 아이디어. 1900년부터 출판했다. 붉은 색 표지의 드라이브 안내서 GUIDE ROUGE다.

1913년 제13판은 체제를 대폭 개편했다. 내무성 지도국 근무경험을 살렸다. 컬러를 도입했다. 달리기 쉬운 도로는 적색. 보통수준은 오렌지색. 돌이 깔려 있으면 청색으로 구분했다.

나아가 주유소와 정비업소도 기재. 우체국과 식당과 호텔도 포함. 공중전화도 넣었다. 9만부나 팔리는 대박을 터트렸다.

안심을 파는 사업은 언제나 성공한다. 욕구는 진화한다. 먹고 살 만하면 안전을 추구한다. 정책도 인간안전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민심이 호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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