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정치부장

4·29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국회의원 5명과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3곳, 기초의원 5곳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실시된 재보궐선거는 여야 각정당들이 정국 주도권을 놓고 사활을 건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친이, 친박 갈등이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노출됐다. 민주당 역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 신·구 지도부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선거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아 소환이 통보된 상황에서 치러진 것도 이번 선거에서 적잖은 변수로 작용해 상당히 복잡한 구도 속에 치러졌다.

전국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마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한 전주 덕진구였을 것이다. 개표 초반 상황과 현지에서 나왔던 전망을 종합할 경우 정동영 전 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17대 대통령 후보였다. 그가 탈당과 무소속 출마, 신건 후보와의 무소속 연대라는 카드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간주되는 곳에서 당선된다면 여러모로 꼽씹어 볼 일이다.

대통령 후보였던 그가 어찌됐든 소속됐던 당의 입장을 뒤로한 채 탈당을 선언한 후 출마한 사실은 '과연 그랬어야 했냐'는 비판에서 두고두고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는 당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힌 상태여서 재입당과 치열한 당권 경쟁도 이미 예고돼 있다. 탈당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굳이 정 전 장관을 마다한 민주당의 협량(狹量)함 역시 그대로 드러났다.

정 전 장관이 당선되면 민주당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사기 딱 맞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복당과 당권을 놓고 신·구 지도부의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제1야당의 집안사정이 말이 아닌 상황이 됐다.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와 진행된 재판은 민주당을 더 어렵게 만들게 뻔하다. 그래서 거대 여당 한나라당에 맞서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우려와 불만이 터질 상황이 머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재보선 결과로 표출된 민심 읽기도 중요하지만, 이 점에 더 신경써야 할 대목 아닌가 싶다.

충북에서 치러진 증평군의회 나선거구 보궐선거는 말그대로 '집안싸움' 형국이 벌어져 선거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다.

'3延 1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증평군 도안면 기초의원 선거는 연종석 후보(민주당)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연종석(민주당), 연규송(자유선진당), 연장희(무소속)후보가 모두 곡산 연씨인데다 성씨가 다른 김인화 후보도 처가가 같은집안이라는 흥미로운 구도였다. 집성촌인 탓인데 문제는 여·야 정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현장을 누비며 득표활동을 하는 바람에 선거분위기가 과열될대로 과열된 점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용희 의원과 두차례나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덕분에 전체 유권자 2126명에 불과한 선거구에서 당초 예상치였던 50~60%대를 훨씬 초과한 69.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06년 지방선거 투표율인 75.8%에 가까운 수치이고, 전국 최고치라는 점은 이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선거후유증은 늘 있게 마련이지만, '3延 1金'구도로 치러진 도안면 보궐선거는 관권선거 시비에 위장전입 사건까지 터져 우려는 한층 더하다. 과거 집성촌 다운 미덕이 유지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활을 건 정! 永湧 득표활동은 제대로 한몫했다. 그래서 '과연 정당공천제가 필요한가' 새삼 반문할 기회가 됐다는 점은 이번 선거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