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비씨의 이유있는 항변
정구비씨의 이유있는 항변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4.27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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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충북의 문화예술계가 심란하다. 도립예술단에 임명된 오선준씨 문제부터 최근 시립교향악단 단무장 공고에 이르기까지 바람이 잦아들지 않는다. 사회 모든 분야가 인맥과 학맥이 주를 이룬다지만 문화예술계 역시 이 고질적인 문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청주시립예술단 단무장이었던 오선준씨가 도립예술단 단무장도 아닌 지휘자로 임명된 것 자체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지휘자 경험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시립예술단에서 예술행정가로 일했던 단무장이 도립예술단 지휘자로 선임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어렵다. 오선준씨가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도 시립예술단 지휘자도 아닌 도립예술단 지휘자로 선임된 사실 하나만으로도 절차가 무시된 행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오선준씨가 도립예술단 지휘자로 선임되면서 공석이 된 시립교향악단 단무장 자리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3일 청주시는 시립교향악단 단무장 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 공고에는 능력있는 단무장 선별을 위해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응시자격에 국공립기관으로 제한한 단무장 모집 공고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문제는 내부인사 내정설로 이어지며 예술계 불신 분위기까지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1일 정구비 충북관현악단 사무국장은 청주시의 단무장 모집 공고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며 공고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지적했다. 단무장 응시자격으로 내세운 '국·공립기관(단체)에서 5년 이상 재직하고 당해분야의 행정경험이 있는자'는 평등성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즉 국·공립으로 제한한 응시자격이 기타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국공립기관과 단체'라며 응시자격을 설명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민간단체나 일반협회를 적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러한 제한된 응시자격이 사전 내정설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립교향악단 단무장 모집에서 1차 서류면접에서 통과된 응시자는 단 2명뿐이다. 타시도의 모집에서 보여주는 치열한 경쟁을 청주에선 찾아볼 수 없다. 역설적으로 조건에 맞게 사람을 제한하고 있는 모집공고란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단무장 선정을 앞두고 내정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으레 있는 일이라고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절차를 뛰어넘은 오선준씨 선임이나 시립교향악단 단무장 선임에서 인맥과 학맥으로 얼킨 충북예술계의 현주소를 보는 것이다. 지역이 좁다보니 선배와 후배로 연결된 예술인들은 스스로 소문화권력자로 군림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더구나 예술단이 도나 시 산하기관으로 편입되며 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계약직으로의 한계는 재임용이란 사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최근에 불거진 충북의 문화예술계 이슈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들이다.

"청주는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다. 시민을 위한 예술단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해선 전문 예술인이 필요하다. 예술단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이 기회라고 본다. 용기를 낸 것도 다음 후배예술인들을 위한 첫걸음이 되기 위해서다."

이같은 정구비씨의 이유있는 항변이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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