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KBO, 유치 졸렬한 방송사들
한심한 KBO, 유치 졸렬한 방송사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9.04.23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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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프로야구팬들이 잔뜩 뿔이 나 있다. 북경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쾌거의 여세를 몰아 사상 최대의 흥행 대박이 예고됐던 2009 프로야구.

그런데 난데없는 중계권료 싸움으로 야구장을 가지 않으면 김태균과 김인식, 봉중근을 볼 수 없게 됐다.

그 사정의 내막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중계권 대행사인 (주)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스포츠 중계 전문 케이블TV 4사와 중계권료 협상을 벌였다. 에이클라가 4사에 제시한 액수는 14억원. 그러자 이를 비싸다고 여긴 케이블사들이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케이블사들이 원하고 있는 적정 중계권료는 8억원 선.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번 주 프로야구가 TV중계 없이 치러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팬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케이블 4사의 담합 협상으로 중계가 무산되자 돈이 될까 기대하면서 스포츠 비전문 케이블 채널들이 뛰어들었다. 그러자 지상파 그룹 방송사를 등에 업은 케이블 4사가 이를 실력으로 제지했다.

실제 '디원', 'YTN스타', 'ETN' 등이 나서려 했지만 4사의 압력으로 결국 중계를 포기했다.

에이클라가 보도자료를 통해 'YTN스타'와의 중계 협상이 최종 서명단계에서 케이블 4사의 압력으로 중단됐다고 폭로했다.

에이클라는 "YTN스타와의 중계 협약 추진이 케이블사들의 고의적인 방해로 무산됐다"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중계료를 깎으려는 케이블사는 물론 에이클라의 실질적인 '배경'인 KBO에 비난의 화살이 퍼부어지고 있다.

우선 고작 몇 억 원의 중계권료를 깎으려고 시청자와 팬들을 볼모로 삼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는 케이블사들이 크게 욕을 먹고 있다. (협상 대표인 SBS스포츠는 일본 요미우리의 이승엽 경기 중계권료로 연간 수십 억원을 쓰고 있다.)

케이블 4사는 중계권료가 비싸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그럴(비쌀) 수도 있다. KBO를 대신한 에이클라가 중계권료가 지나치게 과다하게 요구했었을지도 모른다. 공급자 쪽에서는 14억원을, 받는 쪽에서는 10억원을 서로 적정선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렇게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

그렇다면, 케이블사들이 중계를 포기하면 된다. 이미 다른 비전문 스포츠채널들이 자사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으로 중계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추정이긴 하지만 지난해 모 스포츠 케이블 TV는 프로야구 광고 수익만 중계권료의 3~4배나 거둬들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못 먹을 감이면 쳐다보질 말든지 왜 다른 케이블사들의 참여까지 방해하는가. 그것도 모회사를 등에 업고 연예전문 케이블TV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으면서 말이다.

KBO도 정신 차려야 한다. 관중 500만 시대, 사상 최대의 흥행기록 원년을 기대하면서 맞은 올 프로야구 시장을 TV 중계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 놓았다. 출범 27년을 맞은 우리 프로야구를 어떻게 관리해 왔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우리 대한민국 프로야구 중계방송이 불과 몇 억 원 때문에 중단되는 이 사태를 야구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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