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 개편, 사회적 합의가 우선
지방행정 개편, 사회적 합의가 우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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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지난달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특위 구성결의안이 의결됨에 따라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방행정체제 개편특위는 오는 9월 말까지 시한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광범위하게 거론되고 있는 현행 3단계인 지방행정체계의 전면 개편문제를 다루게 된다. 그간 행정경비 절감과 경쟁력 향상, 망국적 지역감정, 지역간 분쟁 해소 등이 지방행정 체제 개편의 주된 이유로 거론돼 왔다. 정부쪽에서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이미 나왔다. 올해 12월 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관련 법률을 통과시킬 방침이라는 것. 시행은 차기 지방자치단체의 임기(2010년 7월~2014년 6월)가 끝난 다음부터 잡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로드맵과는 달리 실현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복병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현실화될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고 있다. 그간 행정구역 개편논의가 꾸준히 논의돼 왔으나,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차기 지방선거 임기가 끝나는 시점으로 명시했으나, 당장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논의 시점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거구 조정은 초미의 관심사다. 지역구가 없어지는 곳의 현역 의원들의 반발과 함께 당장 자치단체장들의 반발은 불보듯 훤하다.

따라서 행정 개편이 이뤄지면 인구가 많거나 시세가 강한 지역의 기존 자치단체장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반면 인구가 적고 시세가 약한 지역의 자치단체장은 통합 이후 입지를 장담할 수 없어 반발이 드세다. 시세가 강할수록 득표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선거에 대비해 오랫동안 기반을 구축해온 정치지망생 등도 역시 행정체제 개편이 못마땅하다.

여기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방 공무원들의 저항도 고려돼야 한다. 중복 일자리 폐지, 승진 기회 축소 등에 따른 지방 공무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도 관건이다.

100여년에 걸친 호주의 행정구역 개편 역사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3단계인 우리나라와 비슷한 호주는 지난 1910년 지방정부 1067개에서 2004년 603개로 줄였다.

이는 주정부에 지방정부 통·폐합 권한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다.

정치적 기반을 상실할 것을 우려한 주의원들이 반대 그룹을 결성해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는 등 초기에는 사회적 논의와 국민들의 참여가 없었기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공청회를 열고, 정책 홍보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다음 통·폐합에 가속이 붙었다.

행정을 주민 생활에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과 생활이 어긋나면 국민이 불편해지고, 물질적·시간적 낭비가 뒤따른다. 이로 인해 국가 운영의 사회·경제적 비용 증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시·군·구를 통합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 특위 구성도 좋지만 통합 기준에 따른 자치단체간 반발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 돼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국가경영의 틀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방자치행정 전문가들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지방분권과 동시에 실행하거나 지방분권이 이뤄진 다음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자치단체가 자율적 통합에 나서고 중앙정부는 통합 지자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효율·저비용 구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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