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교사를 꿈꾸며
흔들림 없는 교사를 꿈꾸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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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발언대
김병준 <영동 용화초등학교 교사>

교사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때인 듯하다. 학업성취도 평가 오류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그렇잖아도 곱지 않은 교육에 대한 시선들이 더욱 냉랭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서글픈 현실이다.

문득, 이제는 학부모가 된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전보다 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드러낼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안 그래도 학교나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을, 나를 제물 삼아 풀던 녀석들인데 이번엔 그 수위가 얼마나 더 높아질까

일년에 한두 번 만나 그냥 옛날이야기만 하다가 왔으면 좋겠는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꼭 교육 문제를 다루게 된다. 그러다보면 언제나 녀석들은 공격수, 난 수비수가 되어 치열한 경기를 치르고 만다. 하지만 정작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건 그런 토론보다 녀석들이 마지막으로 내게 던졌던 질문 하나다. "네 교육관이 무엇이냐"

교육 경력 12년차.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오면서 난 과연 어떤 교육관을 갖고 교육자로 서 있었던 것일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나의 교육관이라고 말하기엔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런 부족함으로 인해 교육자로서의 나는 그렇게 흔들거렸는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갔으면 어쩌나하는 염려도 함께 든다.

내일 모레면 불혹의 나이인데 공자처럼 흔들림 없는 평상심을 채득하지는 못하더라도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지는 않도록 스스로를 좀 더 다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사는 삶으로 가르친다'는 어느 연수 강사의 말이 더욱 와 닿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것이다.

지난해 연말 종업식을 하면서 1년 동안 함께 했던 11명의 아이들과 헤어졌다. 조금씩 더 자란 모습을 보면서 서툰 손길에도 잘 자라준 녀석들이 고맙고 잠시나마 농부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일년 동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들고 온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이 따뜻함으로 인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도.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 가슴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고, 나만의 교육관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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