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1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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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미국에 면면히(?) 내려 오는 속담이다.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이 말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기도 하다. 출신의 성분에 구애받지 않고 그 누구라도 노력만 하면 출세도 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도 대통령의 자질은 엄격하게 따진다. 우리의 시각에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지루한 선거전을 거치며 후보를 검증하는가 하면, TV 토론은 아예 출연한 후보자를 냉혹하리 만큼 해부한다. 때문에 머리에 든 것이 없거나 자질에 하자가 있으면 본선은 고사하고 예선의 초장에 '상황 끝'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몇년 전 대통령 '씨' 논란이 불거졌다. 참여정부에 어깃장을 놓던 당시 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고졸' 학력을 냉소적으로 거론하며 국정의 실패를 비판할 때다. 대통령이 될 씨는 따로 있다며 보수의 비교우위를 드러내려는 저의에서 비롯됐다.

여기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김두관이 한몫했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 출신인 그가 승승장구하며 행정자치부장관을 거쳐 대권까지 넘보게 되자 지금의 한나라당이 "감히 이장주제에."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막 출범하려던 시기에 대통령학(學)의 세계적 권위자 리처드 뉴스타트가 쓴 책 하나가 국내에 번역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이라는 이 책은 대통령의 절대적인 조건으로 일곱가지를 적시했다.

1. 사랑받는 대통령은 권력분할의 황금비율을 안다를 첫 번째 조건으로 제시하며 2. 주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3. 시대정신을 꿰뚫고 이에 가장 합당한 정책을 추구한다 4. 노선이 다른 두 사람을 경쟁시켜 정책의 균형을 유지한다 5. 사고방식과 업무습관이 비슷한 사람을 보좌관으로 둔다 6. 초당파적 이익을 고려하여 최종 판단한다 7. 친인척 관리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한다 등 7가지를 들었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또 초라한 몰골이 됐다. 노무현의 추락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국민들에게 배신과 상실감을 안기고 있다. 정치 혹은 국가통치에 있어 '돈'의 존재와 그 필요성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밝혀진 그런 식의 돈거래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한다. 그가 깨끗한 정치를 강조한 만큼 국민들의 상처는 더 크다.

모든 권력과 책임이 대통령 1인에 귀착되는 대통령제 나라에서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가의 재앙이나 다름없다. 반세기가 넘도록 한번도 성공한 대통령을 가져 보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젠 참혹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민초들의 반격은 처절하다. "차라리 대통령이 없었으면이미 옛날에 선진국이 됐을 텐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권의 보리타작이 시작되고 여지없이 지난 정권의 부정부패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드러나는 고질적인 악순환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권력투쟁에만 매달렸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마음의 준비, 즉 당선 이후를 대비한 공부엔 소홀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푸념은 결국 이런 낙제생의 자학밖에 안된다. 권력을 잡은 측이나 빼앗긴 측 모두가 마치 한풀이식 대립만을 반복하는 것도 바로 이런 낙제생들의 천박한 자기 합리화에 근본 원인이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대통령이 될 사람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번번이 역대 대통령의 추락을 목격한 국민들의 학습효과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굳이 한마디 사족을 달겠다. 지난 2월4일 선진국민연대 초청 청와대 만찬장에서 사회자가 정부 주요 보직에 진출한 이 조직 출신들이 하도 많아 사장급 이상만 소개했다는 해프닝, 그리고 이상득 의원의 구설수를 듣고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앞에 제시된 7가지 조건을 곱씹기를 바란다. 권력은 참으로 무상타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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