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에 대한 국민 감정
봉하마을에 대한 국민 감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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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효겸 <전 충북도 부교육감.호서대학교 초빙교수>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요즘 봉하마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국민 일부는 분노했고, 일부는 아쉬움을 토하기도 했다. 청문회 스타 노무현은 참신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이 노무현 청문회 스타로부터 혼쭐이 났다. 당시 온 국민은 청문회 스타에게 건 기대가 남달랐다. 그리고 그는 국민들의 대변자로서 훌륭했다. 그러나 지금의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는 국민 대다수는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일부는 "저런 일이 없도록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부는 "표적사정이다"라고 항변도 한다.

총체적으로 권위가 무너져 내리는 분위기다. 권위는 권력과 공식조직에서 나오기도 하고 스스로 도덕성에서 나오기도 한다. 권력과 공식조직에서 나오는 권위는 강제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도덕성에서 나오는 권위는 자발성에서 나온다. 권력과 공식조직에서 나오는 권위는 유한하지만 스스로 도덕성에서 나오는 권위는 무한하다. 그만큼 도덕성에서 나오는 권위는 영구적이고 온 국민의 추앙을 받을 수 있다. 황희 정승을 국민은 오래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나라사랑에 대한 충정이 있었고, 대의명분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추앙은 그가 국민에게 사랑을 골고루 주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정된 집단과 그룹을 대상으로 사랑을 제한적으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하마을에 대해서만 특혜를 주는 농촌환경개선은 봉하마을에 살지 않는 국민들의 마음에 부러움을 사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봉하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과 고향을 같이한 이유만으로 부가이익을 누리게 된 셈이다. 그것은 봉하마을만을 위한 농촌 환경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특정지역을 개발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법적으로 위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재원이 아닌 비공식적인 재원이 유입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 과정이 어느 정도 투명하고 공정한지 국민들은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애당초 이 같은 대규모 투자계획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여기서는 불법자금에 대한 법적 저촉이나 사법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싶다. 그것은 수사당국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존경받는 대통령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불행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으로서 좋은 면이 온 국민의 기억 속에 남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번 사건이 국민들에게 투영되는 모습은 곱지 않은 인상을 주고 있고, 교육적인 면에서 볼 때도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는 어린 학생들에게 도덕성을 강조하고 교육의 본질에 입각한 이성적 삶을 영위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두분이 구속된 바 있고, 다른 두 분의 자제들은 친인척비리로 법적 준엄한 심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친인척 비리가 쇄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인 장치를 재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친인척들의 이권개입에 대한 내외부 견제와 감시기능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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