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해빙' 오나
글로벌 금융시장 '해빙' 오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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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경제칼럼니스트>

글로벌 금융시장이 슬슬 '봄의 기지개'를 켜는 듯한 분위기다.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될 조짐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주가가 상승하고 달러화가 강세 기조를 보이는 점이 고무적이다.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던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도 글로벌 시장의 봄기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시장의 정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우리나라도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6개월 만에 1300포인트를 회복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고, 정부는 2년 반 만에 30억 달러 상당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외평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을 짓누르던 신용경색 때문에 물러나야만 했었다. 정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의 성공으로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각종 위기설 등 한국 경제에 대한 근거없는 부정적 시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로켓 발사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일부의 불안심리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세계 경제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중국도 4월로 접어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개월 연속 반등한 끝에 50선을 뚫고 올라간 데다 신용대출이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각종 경기선행지표들이 견조한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발표한 3월의 제조업 PMI는 52.4였다. PMI가 50을 넘어서면 경기가 수축 국면에서 확장 국면으로 바뀌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3월 중 중국 내 신규대출은 1조87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월별 수치론 사상 최고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올해 해외 채권시장에서 45억달러를 끌어모았고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도 30억달러 규모의 채권 판매에 들어갔다.

이러한 각국의 시장 안정 추세는 국제사회에서 위기 극복 공조체제가 활발하게 추진돼 왔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위기에 직면한 각국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글로벌 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이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을 극복하고 원활하게 국제 공조를 이뤄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도 재정지출 규모와 금융시장 감시체제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주요국 간에 의견 마찰이 불거진 점도 이 같은 사실을 잘 반영했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 동시 불황이라는 점에서 국제 공조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한 조기에 위기 탈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 주가가 반짝 상승했다고 해서, 그리고 일부 국가의 통화가치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해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는 지금 새로운 금융협력 질서의 출발점에 서 있는 만큼 자국 이기주의 보다는 더 큰 틀에서 국제 협력에 나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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