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는 용암동의 도시 숲을 파괴하지 마라
청주시는 용암동의 도시 숲을 파괴하지 마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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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이광희 <충북숲해설가협회 사무국장>

때아닌 '가로수 전쟁'이다. 청주 용암동을 가로지르는 2차 우회도로의 양버즘나무를 강서동으로 강제 이식한다는 청주시의 주장에 용암동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나온 말이다.

공원을 푸르게 만드는 것, 건물 앞에 조성된 녹지, 도로변 화단이나 가로수길 모두를 우리는 '도시 숲'이라 규정한다.

이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극심한 환경오염 속에서도 자람을 멈추지 않고 도로와 아파트 사이의 소음과 공해를 막아내는 일을 도맡아 왔다. 도시 기온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로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식과 휴식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해 왔다.

나아가 가로수는 그 도시를 상징하기도 한다. 충주의 사과나무 가로수길, 영동의 감나무 가로수 길, 보은의 대추나무 가로수 길은 그 지방이 자랑하고 싶은 특산물을 대변한다. 봄이 오면 진해 벚꽃 가로수는 젊음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전국적 봄나들이의 대명사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또한 영화촬영지로 관광객을 그러모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류 드라마의 원조 '겨울연가'에 등장했던 남이섬 가로수는 또 어떠한가.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돼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우리 지역 청주시 들어오는 입구 양버즘나무 가로수 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 유명 관광자원으로 활용돼 도시의 경쟁력이 됐다.

가로수는 숲과 공원, 도시 숲을 연결하는 환경친화적 도시 만들기의 대명사다. 마을입구를 지켜오던 품 넉넉한 느티나무와 같은 역할을 도시 속에서 하고 있다. 용암동은 청주시의 준비된 계획도시로 설계되면서 아파트와 8차로 도로 간의 녹도를 조성하고 인도 양쪽에 가로수를 식재하는 새로운 도시 숲의 모형이었다.

어느덧 도로변 옆 녹도와 양버즘나무 숲은 이미 용암동의 상징이 되었다. 20년에 가까운 용암동 양버즘나무 역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지역과 사회 심리적 측면의 다양한 편익을 증대시켜 왔던 것이다. 이같은 가로수를 강서동으로 이식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인가 반문하고자 한다.

청주시가 이번에 추진하고자 하는 용암동 양버즘나무의 강제이식은 잘못된 처사다. 이미 십수년간 그 터를 지키며 적응한 용암동의 양버즘나무는 현재 있는 곳이 그들의 고향이다. 용암동민들에게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품이 넓은 이웃이다.

청주시에 당장 가로수 강제이식 정책을 중단할 것을 권한다. 차제에 청주시 가로수 정책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 정책마련을 강구하길 당부한다.

오래되어 수명이 다해가는 가로수에 대한 대체 가로수 식재 방침을 준비하고, 100년 가로수 조성계획을 새롭게 기획하라. 지금이 시민들의 뜻을 모아 새로운 가로수 정책을 준비한다면 이번 행정마찰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싸워가며 큰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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