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똥파리'와 늙은 '워낭소리' 그리고 MB변수
젊은 '똥파리'와 늙은 '워낭소리' 그리고 MB변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0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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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비주류 영화의 가능성을 연 ‘워낭소리’와 심심찮게 비교되는 국산 독립영화다. ‘똥파리, 워낭소리 뒤를 잇나’ 식의 추측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똥파리’와 ‘워낭소리’가 비교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저예산 독립영화란 것과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는 외형적 유사점이 있다.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갖췄다는 면에서도 교집합을 이룬다. ‘워낭소리’의 제작자 고영재 PD는 ‘똥파리’ 투자자이기도 하다.

‘워낭소리’는 순제작비 1억원, 마케팅 비용까지 총 2억원을 들여 28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식 집계된 매출액만 187억원이 넘는다. 독립영화 사상 최고 흥행, 최대 수익률이란 타이틀이 수치상으로 증명된다. 누구도 깨지 못할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

‘똥파리’는 순제작비 2억5000만원을 들였다. ‘워낭소리’보다는 훨씬 많지만, 주류 영화들은 상상할 수도 없이 적은 액수다. 양익준 감독은 자신의 전세금을 빼고, 주위 사람들에게 빚을 져가면서 겨우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외 영화제 수상만 놓고 보면 ‘똥파리’의 압승이다. 명품 다큐멘터리라는 해외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지만 ‘워낭소리’는 사실상 해외에서 수상한 경력이 없다. 미국 최대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반면 ‘똥파리’는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라스팔마스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안국제영화제 등에서 현재까지 크고 작은 상 8개를 받았다.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큰 차이점은 따로 있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란 장르적 차이도 그렇거니와 관객층이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농촌 휴먼 다큐멘터리를 내건 ‘워낭소리’와 딴판으로 ‘똥파리’는 욕설로 범벅이 된 거친 영화다.

‘워낭소리’는 정확히 말해 중장년층이 흥행을 견인했다. 얼리 어답터인 젊은층 관객들이 한 차례 휩쓴 자리에 중장년층이 앉으면서 장기 흥행이 가능했다. 장년층 관객들은 서로 대화해가며 TV 보듯 영화를 관람했다. “단체로 TV를 시청하는 분위기였다”는 후기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반대로 ‘똥파리’는 청년층 영화다. 동네 양아치의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폭력과 그 속에 숨겨진 사회고발 메시지는 젊은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만하다. 뭔가 시니컬한 분위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역시 20,30대 코드다. 중장년층마저 흡수해 틈새시장까지 메운 ‘워낭소리’와 달리, 상업영화들과 정확히 타깃이 일치하는 ‘똥파리’는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남은 것은 대통령 변수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워낭소리’를 관람한 사건은 중장년층 관객을 흡수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대통령은 ‘똥파리’도 구경할까. 대통령의 극장 나들이는 이례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달아 극장을 찾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콘텐츠만 놓고 본다면 ‘똥파리’는 ‘워낭소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해외 수상 내역에서도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하지만 다양한 마케팅 요소들과 외적 변수들이 작용하는 흥행 가능성을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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