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시계가 망가진 올봄의 이상징후
생태시계가 망가진 올봄의 이상징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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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야생동물의 생태를 관찰하다보면 그들의 정확한 시간개념에 혀가 내둘러질 때가 많다. 얼마나 정확한지 마치 몸속에 초시계라도 지닌 양 시간흐름을 용케 알아챈다.

?야행성인 수달이 먹이활동을 위해 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정확히 일몰시간대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다른 곳보다 이르게 해가 지는 곳에서도 바깥 출입을 시작하는 시간은 매한가지다. 밖에 나와 해가 넘어가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컴컴한 굴 안에서 잠을 자다 해만 지면 영락없이 모습을 드러내니 기막힐 일 아닌가.

?더구나 그들은 날씨까지도 정확히 알아챈다. 구름이 끼거나 눈·비가 오는 걸 요즘 기상청보다 더 잘 안다. 해서 행여 날이 궂을라치면 다른 날에 비해 좀 더 일찍 나타나 부산을 떤다.

?또한 겨울철 기온이 급강하해 날씨가 추워지면 출현시간이 더뎌지거나 아예 들어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수달의 이같은 행동은 다분히 학습에 의한 본능으로 앞의 시간개념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즉 날이 궂으면 더한 악천후를 대비해 더 많은 먹이를 먹으려고 부산을 떠는 것이며, 갑자기 추워질 경우엔 먹잇감인 물고기들도 활동이 적어져 먹이찾기가 쉽질 않기 때문에 가능한 한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괜한 게으름이 아니요 그들 나름대로 터득한 자연의 지혜다.

?하늘다람쥐 역시 시간흐름을 정확히 인지한다. 이들 또한 나무구멍 속에 들어앉아 낮동안 잠을 자다가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맞춰 활동을 시작한다. 봄에서 겨울까지 이어지는 사계절의 해넘이 시간을 족집게처럼 알아챈다. 아마 사람들이 이들처럼 시간흐름을 잘 알아채면 시계란 이기(利器)도 별로 필요치 않았으리라. 하늘다람쥐는 특히 자신이 둥지서 나오는 시간뿐만 아니라 매일 거쳐가는 텃세권을 마치 노선버스 다니듯 정확한 시간대에 맞춰 거쳐가는 습성이 있다. 참으로 영특한 동물이다.

?다만 하늘다람쥐도 겨울철 몹시 추운 날엔 바깥 활동이 뜸해지는데 이는 체형이 작은 포유동물들의 공통된 습성이다. 아무래도 체내의 피흐름이 원활치 못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야생동물들이 시간의 흐름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실제로 그들 몸속에 시간을 감지하는 생태시스팀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생명체에 내재된 일종의 생태시계를 통해 그들의 생체리듬과 본능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계의 생태달력은 다름 아닌 이들 생명체의 생태시계와 그를 통해 나타나는 각각의 생체리듬이 모인 총화이다. 식물들 또한 새싹 돋을 시기와 꽃 필 시기, 열매 맺을 시기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도 다 이런 기작 때문이다.

?자연이 자연스러운때는 그 안에 사는 생물들의 생태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될 때를 의미한다. 반대로 각 생물들의 생태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을때엔 각종 부자연스러운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봄에 여름꽃과 가을꽃이 피고 가을에 봄꽃과 여름꽃이 핀다면 그 어찌 자연스럽다고 하겠는가.

?널 뛰듯 하는 올해 날씨가 실제 느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예사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이미 했던 터이지만 요즘 나타나는 징후들을 보면 그야말로 심상찮다.

?4월 하순에나 알을 낳는 원앙들이 3월 중순에 구애행동을 하고 여름철새인 호랑지빠귀가 벌써부터 날아와 "히이 호오"귀신소리를 낸다. 충북도내 양식장 물고기들은 갑작스러운 수온변화로 각종 질병이 창궐하고 냇가에선 이름모를 이끼들이 잉크를 풀어놓은 양 번지고 있다. 음력 2월인데 시골 농가에 모기가 나타나고 해충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각종 생물들의 생태시계가 망가트려져 자연계의 생태달력마저 삐그덕거리게 하는 게 목하 올봄의 이상기후요 이상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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