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회피 심리 줄여 경기활성화
리스크 회피 심리 줄여 경기활성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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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남영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사람들이 리스크(risk)를 대하는 태도 또는 심리를 보면 이를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유형(risk loving), 기피하는 유형(risk averse) 그리고 어느 쪽도 아닌 유형(risk neutral)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리스크를 좋아하기보다는 이를 회피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리스크 성향을 판별하는 좋은 예가 있다. 지금 여기 당첨 확률 20%의 1억 원짜리 복권이 있다고 하자(당첨확률 20%는 현실세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지만). 그러면 이 복권의 기댓값(또는 평균값)은 2000만원이 된다. 여기서 당첨이 되면 1억원을 쥘 수 있는 복권을 2000만원 주고 살 것인지, 아니면 2000만원을 현금으로 그냥 보유할 것인지를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현금을 보유하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 손안의 새 한 마리가 수풀 속의 두 마리보다 낫다(A bird in the hand is better than two in the bush)'는 서양 속담이 이래서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리스크 태도와 관련한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다.

지난 2월부터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는 이들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고객의 투자성향을 판단하게 되어 있는데 은행과 증권사들이 이에 대비해 기존 고객의 투자성향을 서베이한 결과 은행에서는 고객의 71%가, 증권사에서는 52%가 리스크 회피형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증권사보다는 은행과 거래하는 사람이 리스크를 더 싫어하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결과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 금융기관들은 주식형펀드와 같은 위험선호형 상품을 판매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리스크에 대해서는 일단 피하자는 심리가 강하다. 그런데 리스크에 대한 사람들의 이런 일반적인 태도가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경기를 더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므로 경제주체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안전을 더 고려하게 되면서 리스크 회피심리가 더 강해진 결과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지출을 줄이거나 늦추게 되고 금융기관들은 더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리스크 회피심리를 완화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평소에도 성공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에 신중하기 마련인데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투자세액공제제도를 확대하는 등 비상한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가계에 대해서도 지출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조금 더 쉽게 내려질 수 있도록 자동차나 고가의 내구재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으며 특별히 저소득 가계에 대해서는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금융기관의 경우 대출 부실화 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해 보증기관의 대출보증 규모와 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금융기관들이 보증부 대출을 통해 나간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보증부 대출채권 유동화시장'을 마련하고 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동화증권 투자자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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