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RB 국채매입의 의미
美FRB 국채매입의 의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22 2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경제칼럼니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장기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총 1조1500억 달러를 추가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또 기준금리와 재할인금리는 현행 연 0~0.25%와 0.5%로 동결했다. FRB는 경기 부양을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 3000억달러 규모의 만기 2~10년짜리 장기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다.

또한 모기지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7500억달러에 달하는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추가로 매입, 올 총매입 규모를 1조25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책 모기지 회사가 발행한 채권 매입 규모도 기존 10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소비자금융 활성화를 위해 기간자산담보부 대출창구(TALF)의 담보 자산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통화공급량을 늘리는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금리도 낮추고 시중 자금 공급도 늘리려는 정책이 사실상 제로에 달한 금리수준으로 더 이상 약발을 받기 어렵자 이렇게 중앙은행이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FRB의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형편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면 채권시장 기능은 치명적 손상을 입는다. 채권가격이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의 동향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국채 직접 매입을 통해 통화 공급을 늘리고 시중금리를 끌어내리기로 한 것은 통상적 방법으로는 추락하는 경기 흐름을 되돌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결과임은 물론이다.

관심은 한국은행도 국채 직접 매입에 나설 것이냐 여부다. 경제사정이 어렵기는 우리 또한 미국과 크게 다를 게 없는 까닭이다.

물론 중앙은행의 국채 직접 매입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게 바람직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그리하지 않아도 국채 소화가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기는 하다.

자본확충펀드(20조원), 구조조정기금(40조원),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경예산 등으로 국채발행 수요는 많지만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수백조원의 단기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만큼 이를 잘만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MMF 자금의 40% 이상을 채권에 투자토록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채 물량의 소화가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다.

또 시장에서 이를 소화한다 하더라도 시중유동성이 흡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과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한은은 언제라도 국채 직접 매입에 나설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현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실세금리를 낮게 유지해 경기회복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의무이기도 하다.

FRB의 과감한 결정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