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과 일그러진 상혼
교복과 일그러진 상혼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9.03.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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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경제부장

교복 제조업체와 판매대리점들의 불법판매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성인 정장 한 벌을 뛰어넘는 초고가 교복으로 폭리를 취해온 교복업체들이 가격담합과 과장광고를 넘어서 이제는 학생들까지 영업에 동원하는 등 불법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행히 우리 지역은 아니지만 타 지역 일부 교복 대리점들이 교복을 팔기 위해 학생들에게 술 접대를 하고 사례비까지 줬다고 한다. 업체들은 교복 한 벌당 1만5000원을 판촉비로 지급하고 부당이득을 챙겼다. 정상적인 가격보다 2배까지 교복값을 올려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으며 가짜 교복까지 나돌았다는 뒷말이 줄을 잇고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술을 사주고 노래방에 데리고 다니며 '경쟁업체를 이기자'는 구호까지 외치게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 학생들은 동급생이나 후배들에게 교복 구매를 강요까지 했다고 한다. '비교육적'이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의 염치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판촉 방식은 수년 전부터 판쳤지만 지금에야 드러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당경쟁과 값 올리기 상혼이 만연한 교복 업계의 실태가 만천하에 모두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영업방식이 전국적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디자인을 조금 바꿔 해마다 값을 올리고, 연예인을 모델로 써 수억원을 지불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업계 스스로 자숙하기로 한 지 얼마되지 않아 터진 이번 학생 영업동원 행위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빗나간 어른들의 잘못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이런 행태에 맞서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의 교복 물려 입기와 공동구매 운동은 대형메이커들의 조직적인 대응과 소송 등의 압박으로 인해 무색해진 적도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물려 입지 못하도록 헌 교복을 헐값에 사들여 폐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자유시장경제라는 거창한 논리를 앞세워 교복 유통문제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교복 문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학교의 책임도 크다. 좋은 게 좋다고 분란만 일으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는 무관심한 교육당국이 문제를 더 키운 것이다.

요즘은 중학생만 돼도 키가 크고 성숙돼 보여 여학생들의 교복 입은 모습은 제법 어른스러워 보인다. 흉악범이 유난히 속출하는 세상에 이 여학생들의 치마가 누가 될까 봐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밤늦게 귀가할 수밖에 없는 요즘 학생들의 뒷모습은 너무나 성숙해 보여서 조마조마 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왜 여학생들의 교복은 치마일까. 심지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짧아지는 교복 치마. 책상 밑으로 보이는 제법 성숙한 소녀들의 종아리들 앞에서 남선생님들은 어디다 눈을 두게 될까. 여러가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고민은 학부모 모두에게 한결같이 나오는 사항이다. 교복은 치마길이부터 규정이 있으나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학교도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이유로 일본식 교복이 지난 82년 교복자율화 명분으로 사라졌다가 지난 87년 다시 등장했다. 업체들의 일그러진 상술에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가울 뿐이다.

그래서 교복자율화 5년의 시대가 그립다는 학부모들도 많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우리 선조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교육에 더욱 힘썼다. 우리 모두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 기본은 교복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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