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는 축제엔 배려가 필요하다
품격있는 축제엔 배려가 필요하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03.16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청주에서 가장 큰 축제라고 자부하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200일을 앞두고 조직위가 지난 12일 이를 홍보하기 위한 기자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전시구성과 콘셉트, 행사 전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처음 발표되는 만큼 중요한 자리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충북지역 언론의 기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조직위가 행사비중을 높이기 위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청주'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루어지는 행사임에도 굳이 서울에서 행사브리핑을 가진 것을 보면 그만큼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전시구성에 뚜껑을 여는 자리였으니 국제 행사에 걸맞게 전국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 전략이라 여겨진다. 사안이 사안이었다면 지역을 불문하고 전시계획안을 브리핑 받기 위해 기자들도 서울로 올라가는 게 마땅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정작 지역의 기자들은 서울 브리핑이 끝난 후 뒤늦게 전시구성과 계획안을 보도자료로 받아보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내 집 마당에서 펼쳐지는 잔치를 남에게서 듣는 꼴이랄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국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타 지자체가 자기집 마당에서 행사브리핑을 갖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당당하고 자부심있는 청주를 외치면서도 결정적일 땐 중앙으로 향하고 있는 지자체의 모습은 상실감마저 안겨준다. 아니 우리 지역세가 이 정도임을 증명이라도 해보이는 듯하여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올해로 공예비엔날레 개최 10년이다. 햇수로 5번째지만 행사가 열릴 때마다 지역 공예인에 대한 참여와 배려가 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예인들 사이에선 왜 청주가 공예비엔날레를 수십억씩 투자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섞인 비판도 제기한다. 이도 결국 상실감에서 비롯된 말이다. 지자체가 축제의 국제화를 외치는 사이 지역인들은 소외되고 축제는 남의 집 잔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전시감독으로 선임된 이인범 교수는 이번 행사를 명품비엔날레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마켓식 행사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으로 고품격 예술로 비엔날레를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한다. 일단 감독으로의 야심찬 포부는 환영한다. 하나 자칫 명품이란 말 속에 "지역인 안배라는 저차원의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거나 "실력있는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로 만들겠다"면서 평소 지역 작가들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이 감독의 생각도 내포되어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국제 행사로서 성공적인 전시도 중요하지만 지역인들에게 활동무대를 넓혀주는 에너지원이 돼야함도 중요하다. 아무리 크고 멋진 행사라도 청주에서 개최하나 서울에서 개최하나 별반 다르지 않다면 지역공예인들이 행사에 열정을 쏟을 리 만무하다.

명품 전시는 풍족한 예산만으로도 집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품격있는 예술은 조화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번 축제가 지역인들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며, 함께 국제화를 꿈꾼다면 품격있는 예술 축제로 성공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될 것으로 본다.

명품 비엔날레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중이 지역인들에게 상실감을 주는 명품 전시가 아니라 전문가와 지역공예인, 지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고품격 예술 축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